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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노쇼'사기죄라는데 법률적 배상 가능한가

입력 2019.08.13. 13:14 수정 2019.08.13. 13:48
김승용 기자구독
이명기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 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

6만 3천명의 관중이 농락당한 '호날두 노쇼'사태는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서 국민적 기만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호날두라는 세계적 축구스타가 나오기로 하고 K리그 올스타 '팀K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주최한 더페스타라는 회사는 '호날두 팔이'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경기는 친선을 위한 경기로 '호날두 경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도록 호날두는 벤치만 지키다 나갔다. 호날두가 나올줄 알고 비싼가격에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 흥분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와 호날두, 소속 유벤투스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을까. 법률가의 한사람으로서 40만원짜리 입장료를 구매하고 지방에서 1박 2일로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우선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기망행위'가 있어야 한다. 즉 주최사인 더페스타와 유벤투스측이 '호날두가 45분간 경기를 뛸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알리지 않았다면 팬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봐서는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부분은 더페스타와 유벤투스가 맺은 계약의 내용을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현재 공개된 계약서에 따르면 호날두가 45분이상 출전하기로 명시되기는 했다. 하지만 호날두 선수의 출장에 부가된 특별 조항이 걸림돌이다. 호날두는 "근육이상을 들어 경기장에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주최사가 사전에 호날두가 경기에 뛸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단정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계약의 당사자가 더페스타와 유벤투스란 점에서 유벤투스에게 티켓구매자들에 대한 기망을 인정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호날두 선수를 사기죄로 보기는 더욱 어렵다. 이번 친선경기는 어디까지나 '팀K리그'와 '유벤투스'경기이지 호날두 경기가 아니다. 즉 더페스타와 유벤투스가 이번 경기의 티켓구매자들을 고의로 기망하였다고 하더라도 호날두가 이 계약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정이 없는 한 유벤투스 팀의 일원에 불과한 호날두를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3천여명이 참여한 입장료 반환 청구는 가능한가. 법률적으로 다툴 소지는 있으나 주최사에 대한 입장료 반환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즉 더페스타가 호날두의 출장을 대대적으로 광고하였고, 호날두의 출장이 결정적이었다면 더페스타가 티켓구매자에게 배상해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유벤투스나 호날두는 경기 티켓을 직접 판매한 사람이 아니다.

즉 애초부터 이들이 이 사건 경기와 관련한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티켓구매자들에게 어떤 계약상 책임을 부담하는 당사자가 아니란 뜻이다. 그러므로 티켓구매자들이 유벤투스나 호날두를 상대로 입장료반환이나 기타 계약상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는 어렵고 더페스타에게 어느 정도의 배상은 다퉈 볼만 하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는 말이 있다. 재주는 많지만 덕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호날두는 분명 볼 차는 재주는 뛰어났으나 팬을 배려하는 덕은 부족했다. 동양적 사고를 호날두가 알 수는 없겠으나 이번 노쇼 사태로 호날두는 돈 이상의 가치를 잃어 버렸다. 유벤투스 구단은 이번 한 번의 이벤트로 약 40억원을 챙기고 호날두도 어느 정도 경제적 이득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수많은 팬들을 노쇼로 잃어 버렸으니 작게 얻고 크게 잃었다. 이번 노쇼 사태는 프로 선수들의 능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게 했다. 한국의 팬은 결코 만만한 팬이 아니라는 것 호날두에게 마지막으로 알려 주고 싶은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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