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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안내]식욕 감도는 조선의 맛깔난 '음식이야기'

입력 2019.08.15. 19:47 수정 2019.08.15. 19:47
김옥경 기자구독
조선의 미식가들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2만원

소주를 마시고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네"라는 감탄을 한시로 읊조린 이색, 매운 것을 좋아해 고추장과 마늘을 듬뿍 올린 쌈을 즐긴 이옥, 겨울밤 술과 함께 먹는 열구자탕을 극찬한 이시필, 고추장을 최애한 영조, 집안의 요리법을 기록해 대대로 전한 사대부 부인들.

음식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해석해 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가 조선시대 미식가들이 남긴 음식에 대한 글을 '조선의 미식가들'로 담아냈다.

책에서는 찜과 탕을 비롯해 회와 젓갈, 후식과 술에 이르기까지 그 맛을 음미하고 즐긴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시대 음식의 역사는 물론, 우리 선조들이 음식을 즐기던 방법까지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은 조선시대에 쓰인 요리책을 비롯해 시집, 문집, 일기, 여행기, 세시기, 편지 등 조선시대 문헌에서 음식 이야기를 남긴 사람을 가려 뽑아 그들이 먹고 마셨던 음식 경험과 취향을 정리하고 엮었다.

책은 다섯 가지 사건과 시기로 한반도의 음식 역사를 구분한다.

불교의 유입에 따른 육식 기피, 원나라 간섭기 육식 문화의 확대와 새로운 음식 유행,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이 된 성리학의 영향, 17세기 본격 시작된 연행사의 청나라 방문, '콜럼버스 교환'으로 새로운 식재료의 등장 등이다.

조선 미식가 15인의 글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음식 취향과 경험이 등장한다. 찜과 탕을 비롯해 회와 젓갈, 후식과 술에 이르기까지 그 맛을 음미하고 즐긴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시대 음식의 역사는 물론, 우리 선조들이 음식을 즐기던 방법까지 살필 수 있다.

고려 말 조선 초를 살았던 이색은 원나라에서 들어온 소주와 두부에 관한 시를 지었고, 조선 중기 연행사로 연경을 다녀온 김창업은 중국에서 맛본 새로운 음식에 관한 글을 남겼다. 정조 때의 학자 홍석모는 세시기를 통해 조선 후기 민간의 세시풍속을 자세히 기록했다.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 음식만을 주제로 한 글은 흔치 않았지만, 허균과 김려, 이옥 등 직접 맛본 음식에 관해 글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허균은 조선 팔도에서 먹어본 음식의 품평과 함께 먹은 장소, 요리법, 잘 만드는 사람과 명산지 등의 정보를 '도문대작'에 자세히 기록했고, 이옥은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의 맛과 먹는 방법을 글로 남겼다. 김려는 귀양살이를 하며 박물학적 관심에서 어류학서 '우해이어보'를 썼는데 글에서 그의 넘치는 식욕이 엿보인다.

'음식 글' 하면 사대부 남성들과 여성들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 군자임을 자임했던 김유와 조극선, 이덕무가 남긴 요리책과 '음식 글'은 당대 선비들의 식생활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사대부 여성들은 서재에서도 요리법을 궁구하고 부엌에서도 음식을 만들었다. 장계향과 빙허각 이씨는 손수 요리책을 지어 집안 대대로 물려주었고, 여강 이씨는 집을 떠나 임지에 있던 남편에게 편지를 보내며 요리법과 음식 맛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대부가 여성들이 남긴 글은 조선시대 지배층의 식생활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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