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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굿 모닝 학종

입력 2019.09.16. 13:33 수정 2019.09.16. 13:40
김승용 기자구독
정화희 교단칼럼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광주·전남 4년제 대학교 수시 모집이 지난 10일 마감되었다. 여전히 치의예과, 의예과, 한의예과 등이 높은 경쟁률을 보여 주었다. 교육을 통하여 행복 추구와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교육적 성취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취업 잘 되는 학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최근 일부 기득권층의 학생부 종합전형 특혜 사례에 따라 정시전형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입학사정관제 시절의 선발 공정성 논란으로 다시 줄세우기 정량평가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원래 취지는 자신의 특성과 적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내 교육활동에 참여하여 꾸준히 노력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 스펙 포트폴리오 중심의 입학사정관제를 보완하여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수시평가로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이전 수능 중심 문제풀이 학습의 획일성과 한 줄 세우기 선발 방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으며 교실을 황폐화시킨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속칭 SKY 대학으로의 진학이 사회 직업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사회 인식이 입시 공정성에 민감하게 작동하고 있다. 물론 입시는 공정해야 하며 일부 계층의 전횡이 허락되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공정한 출발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계층과 대학에서 나타나는 정보독점과 사교육 지원에 따른 불공정 폐해는 공론화를 통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공정성 담보 장치들을 만들어 나가면 될 일이지 본질을 흐트러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 학생부는 학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는 학교 밖 활동 내용 기록을 배제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등 많은 대학들이 평가 기준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등 학종 전형의 투명성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합격자의 다양한 요소들을 공개하여 '깜깜이 전형'의 오명을 벗어나고자 하고 있다. 의미 있는 긍정적 변화라 하겠다.

2016년 3월 발표된 '대학입학전형 선발 결정요인 분석'(고려대 이기혜 ·최윤진) 논문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수준 등 배경이 좋을수록 수시보다 정시를 통해 진학한 학생이 많았다. 특목고 출신 학생의 정시 진학률은 7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오히려 정시 전형이 금수저 전형(?)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 생활이 배제된 점수 중심 정시 전형은 선발효과를 누리고 있는 특목고·자사고 등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또한 '한국사회학' 2019년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 사회적 계층 수준에 따른 대학 입시제도 인식 분석'(교원대 문정주·최율)에서 사회적 상층일수록 학생부종합전형보다 정시전형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나 학종을 '금수저 전형'으로 치부하는 비판적 담론과 배치된다고 분석하였다.

학종 실시 이후 교실은 다양한 교과영역 수업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며 교과 시간의 충실도와 활동 노력들이 그대로 과정평가로 이어지니 생기가 돈다. 그러나 다시 문제풀이 중심의 교실을 상상해 보자. 암기식 평가와 획일적 수업방법이 점령할 것이다. 서열에서 밀린 많은 아이들은 학습을 포기하고 교실에서 다시 방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재수도 경제적 지원이 수월한 금수저 자녀들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최근 세계일보 연속 보도 '획일적 입시의 대안, 학종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는 교육의 본령과 입시라는 현실 사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자료이다. 많은 학부모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자녀에게 유리한 입시 제도를 주장하는 것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세계 최장 입시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활동 기회 제공으로 행복학교를 구현할 수 있다면 학종도 바람직한 정책이라 믿는다. 교육이 수시로 흔들리고 입시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것,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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