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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통 과자공장···美 최대 문화관광 명소로

입력 2019.10.15. 17:24 수정 2019.10.15. 17:24
김옥경 기자구독
1980년대 나비스코 회사 공장 건축
공장 가동 중단돼 우범지역 전락도
1997년 리모델링 거쳐 재래시장 탈바꿈
600만명 찾는 세계 명소 급부상

'소호'로 통하는 미국 뉴욕 9번가에 자리잡은 첼시 마켓은 뉴욕을 대표하는 대형 식품매장이다.

지난 1890년대 과자공장으로 지어진 첼시 마켓은 120년의 근대 역사와 문화를 보유한 미국 뉴욕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으로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이곳에는 빵집부터 과일, 야채 청과물 가게와 와인, 커피, 치즈, 견과류 등의 식료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대거 입점해 뉴욕을 가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문화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IT공룡기업 구글이 24억 달러(2조6천억원)에 첼시 마켓 빌딩을 매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때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우범지역으로 전락되는 등 아픔을 겪었지만, 현재는 현대와 과거와 한데 어우러진 연간 6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과거 과자공장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고 과거의 역사와 흔적을 살필 수 있는 박물관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자 스낵 공장으로 건립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미국 뉴욕 첼시마켓.

첼시마켓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120년의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남다른 인상을 풍긴다.

특히 허름한 듯 겉으로 드러난 파이프는 건물의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첼시마켓은 지난 1890년 지어진 과자 스낵 '오레오'를 만들던 나비스코 회사(The National Biscuit Company) 공장이었다.

나비스코는 뉴욕 비스킷사와 아메리칸비스킷이 합병해 재탄생한 제과업체다.

나비스코는 당시 '유니더 비스킷(Uneeda Biscuits) 등을 생산해 판매했다. 유니더 비스킷은 쉽게 부서지는 과자 특성을 고려해 포장을 박스형 종이로 내놓았다. 당시 유니더 비스킷 광고 속에 등장하는 소년의 제품 이미지는 첼시마켓 벽화로 그려져 상징화돼 첼시마켓을 찾는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더 큰 친근감을 주고 있다.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빌딩을 지은 나비스코는 미국 비스킷 생산의 절반을 공급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958년 나비스코가 회사를 매각하고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이곳은 갱들이 출몰하는 우범지역으로 변모됐다.

다행히 지난 1997년 4월 리모델링을 거쳐 재래시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오래된 벽돌 건물을 유지하고 공장에서 작업용으로 쓰던 엘리베이터 등을 수리해 기존 과자공장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냈다. 버려진 송수관은 인공폭포를 만들어 사람들에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첼시마켓은 과거와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근대문화명소로 재탄생했다.

◆구글 등 입주…관광지 부상

현재 대형식품 매장으로 변모한 첼시마켓은 각종 채소와 생선, 갓 구워낸 빵 등 가는 곳마다 맛집들을 만날 수 있고, 가격까지 저렴해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손꼽힌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에도 첼시마켓은 쇼핑 나온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5만6천여평에 달하는 건물은 식당과 상점, 클럽, 방송국 등에 전부 임대된 상태다.

식품 매장이 주류를 이룬 1층은 뉴욕 최고의 빵가게로 유명한 '에이미의 빵'과 '팻 위치 베이커리', 뉴욕 기념품·선물용품 판매점인 '첼시마켓 바스켓', 랍스터 판매점인 '더 랍스터 플레이스' 등이 입점해 있다.

또 1층을 제외한 나머지 임대 오피스 공간에는 구글과 유튜브, 메이저리그 닷컴, 이엠아이 뮤직 등 유명 업체가 입주해 첼시마켓의 입지와 규모를 가늠케 해준다.

첼시마켓을 찾는 현지인과 관광객을 위한 행사도 다채롭다. 이곳은 매주 주말이면 무료 살사와 탱고 강습이 열리고 사진 전시회가 마련된다.

첼시마켓은 별도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관광명소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첼시마켓은 지난 2017년부터 첼시마켓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자체적인 투어 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투어에는 6인 이상 투어를 신청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1시간여 동안 첼시마켓의 설립 역사와 배경, 현재에 이르기까지 120년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고 관광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첼시마켓 곳곳에 도우미를 두고 언제 어디서나 관광객들이 첼시마켓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인해 첼시마켓은 연간 6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로 변신했다. 120년이 넘는 전통과 역사를 보유한 뉴욕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그대로 산재돼 있는 문화 관광지로 거듭난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민 제이미 헨더슨(38)씨는 "첼시마켓은 볼거리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며 "이곳에서는 다운타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전통의 멋을 느낄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120년 역사 그대로…박물관 역할 '톡톡'

첼시마켓이 미국 뉴욕의 손꼽히는 관광명소로 부상한 데는 120년의 근대 역사를 지우지 않고 기존 과자공장에서 직접 사용하던 배관과 장식, 엘리베이터 등을 그대로 보존한 역사문화 공간으로서 면모를 갖췄다는 것이다.

지난 180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물려받은 유산을 그대로 보존·활용하면서 현지인의 경제 생활에 도움을 주고 관광특수를 이끌어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건물 내부에서 풍기는 기존 모습 이외에도 첼시마켓 입구에는 근대 과자공장의 모습과 역사를 기록·보존하기 위한 역사박물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나비스코 회사 설립 과정부터 공장 내부 풍경,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냈던 과자와 상품 종류, 판매대 등의 모습이 사진자료와 실존 제품으로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카일 앨런(Kyle Allen) 첼시마켓 홍보 매니저는 "첼시마켓은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식품매장으로 부상했지만 1800년대 산업화 과정을 담은 근대 역사문화가 그대로 남아있는 공간이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모습이 일부 바뀌긴 했지만 기존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한 작업은 그대로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등 최첨단 문물이 급증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지만 근대 역사문화의 산 증거들을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며 "근대의 역사와 문화가 있어 오늘의 우리가 있듯 과거의 문화를 아끼고 보존하는 자세와 의식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뉴욕=김옥경기자 okkim@srb.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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