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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쏘시개' 조국 사퇴가 남긴 것···

입력 2019.10.14. 14:29 수정 2019.10.16. 11:22
류성훈 기자구독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장

'광장 정치'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현상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하나의 광장이 다른 광장을 부르고, 두 광장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가 이번처럼 양분된 것은 처음이다.

최근 들어 주말과 휴일마다,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린 집회에는 양쪽 모두 엄청난 규모의 국민들이 모였다. 서로 '우리가 300만이네, 500만이네' 하며 광장과 거리로 나온 국민의 머릿수를 뻥튀기해 세를 과시하고,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는 후진적 힘의 논리가 판치고 있는 것이 '광장 정치'의 현주소다.

◆쪼개진 광장…35일 만에 명예 퇴진

대의정치(代議政治)가 잘 돌아가면 '광장 정치'는 저절로 시든다. 반대로 간접 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 답답함과 절박함에 '광장 정치'는 활활 타오른다. 간단한 이치다.

전 세계적으로 역사의 고비마다, 광장에 국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우리나라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 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장소도 다름 아닌 광장이었다.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광장 정치가 활발하다는 것은 정치권의 무능과 직무유기로 직결되는 후진적인 현상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8·9 개각을 통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부터 조 전 장관이 자진 사퇴하기까지 66일 간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렸다.

두 동강난 민심은 둘로 쪼개진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진보진영은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며 서초동으로 쏟아져 나와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이에 질세라 보수진영도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 사퇴', 더 나아가 정권 규탄을 위한 세를 과시했다.

서초동과 광화문은 완전히 다른 나라, 완전히 다른 국민 같았다. 보수와 진보 둘로 갈라진 민심은 진영논리 대립을 뛰어넘어 국론 분열 위기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 시기 국회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도 '조국 정쟁'으로 얼룩져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찬반 세력의 촛불이 팽팽한, 우여곡절 속 조 전 장관은 14일 검찰 특별수사부 폐지를 포함한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3시간 후, 취임한 지 35일 만에 법무부 장관직을 자진 사퇴했다.

◆"검찰개혁 드라이브 동력 계기로"

스스로를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라고 표현한 조 전 장관은 우여곡절 끝에 9월 9일 장관 자리에 오른 뒤 35일 동안 이어오던 '검찰개혁 행보'를 멈췄다.

조 전 장관의 사퇴는 저번 주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감지되기 시작했다.

사퇴 결심에 가족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 하락과 여당의 지지율 추락도 한몫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는 지지율 하락에 대한 '비상'이 걸렸고, 이런 분위기가 청와대에도 전달됐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로써 '조국 정국'에 마침표가 찍혔지만, 국론 분열로까지 치달을 만큼 갈등의 골이 깊고 넓게 퍼진 터라 후유증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서초동에서든 광화문에서든, 보수이든 진보이든 간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선 정면 충돌했지만, 국민들은 검찰개혁만큼은 시대적 소명이라는데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퇴 직후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두 달 넘게 쪼개진 민심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촛불집회 등으로 의사를 표현해 준 국민들 향해서도 "광장에서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감사드린다. 이제는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제는 국회를 정상화하고, 실종됐던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조 전 장관의 퇴진을 오히려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동력을 실어주는 계기로 만드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발 나아가 국민들 사이에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회의"가 더이상 싹트지 않도록 사회적 공정 또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눈과 귀를 가리지 말고, 비록 반대 진영의 '광장의 외침'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의견이 옳고 그른지를 무겁게 받아들여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특히 야당은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정에 협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의무이자 과제다.

류성훈 사회부 부장 rsh@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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