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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관심은 배려의 시작입니다

입력 2019.11.28. 08:55 수정 2019.11.28. 09:05
고은경 기자구독
손미경 건강칼럼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여러분은 처음 만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기억합니다. 단순히 시각적인 형체만이 아닌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향기 또는 억양이나 목소리로 기억하기도 합니다. 제가 자주 가는 미용실의 원장님은 두상과 머리스타일을 보고 그 사람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손님이 다른 미용실에서 스타일을 바꾸고 나타나면 잠시 혼동이 된다고 합니다. 직업적 경험이 사람을 기억하는데 사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눈길이 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병원에서 치과의사로 있으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들을 만납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 만난 분들을 환자와 혼동하기도 하고 또 여러 번 만난 환자도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만나게 되면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은 반가운 인사가 어색함으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특히 환자들의 경우, 병원을 갈 때 마다 만약 의사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면 그 의사의 실력을 떠나 서운함이나 불쾌감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의사는 기술적 실력으로만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의 마음도 치료한다고 합니다. 환자들은 단순히 보이는 상처나 질병의 치료도 필요하지만 나를 반갑게 알아봐 주는 것으로도 위로를 받습니다. 따라서 환자를 기억하는 것도 의사로서 갖추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입니다.

갓 졸업한 인턴선생님들은 제가 그 많은 환자들을 기억하고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놀라곤 합니다. 이것도 직업병인지 사람을 보면 치아가 먼저 보이고 사람을 만나도 치아를 보면 기억이 납니다. 그 많은 환자들도 치과 파노라마 X-Ray 사진을 보면서 환자의 특징을 기억합니다. 환자들은 많은 치아치료를 여기저기 치과에서 받다보면 어디서 치료를 받았는지 기억을 못하지만 저는 입 안을 보면 어떤 치료가 제가 한 것이고 어떤 치료는 제가 안 한 것인지도 압니다. 누군가 들으면 달인에 가까운 참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제가 환자를 잘 기억하는 것은 특별히 머리가 좋아서도 아니고 또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환자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관심이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합니다. 환자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치료를 통해 환자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때문에 치아상태의 변화를 기억하고 그 환자를 기억하게 됩니다. 관심을 가지고 듣고 보고 느끼는 것은 뇌가 기억을 합니다.

과거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관계를 위해서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억해야 했지만 이제는 핸드폰이 나의 기억을 대신하다보니 누군가의 이름이나 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머리 대신 핸드폰에 입력하다 보니 핸드폰을 잃어버린 경우는 마치 모든 것과 단절되는 듯한 상황이 됩니다. 이처럼 사회가 급변하고 발달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와 새로운 변화에 노출되어 있지만 정말 마음으로 집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에 소홀하거나 무관심하게 됩니다.

무관심은 사람이 살면서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는 원인이 됩니다. 나의 무관심으로 인해 누군가는 내면의 일부를 잃어버리게 되고 이는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경험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나의 일상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에 남기고 타인과 나누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는 것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소통과 배려를 위한 시작입니다.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내가 미처 몰랐던 변화가 보일 것입니다. 지인과의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에 오늘 누군가에게는 행복과 치유라는 큰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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