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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우중 "대우는 영원하고 우리는 명예롭다"···눈시울 붉힌 대우맨들

입력 2019.12.12. 10:49
고은결 기자구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 12일 오전 엄수
영결식에서 고인의 생전 육성 담은 영상 상영돼
"세계경영 완성 확신해" "여러분은 대우의 주인공"
[수원=뉴시스]김종택 기자 =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엄수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2019.12.12.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고은결 기자 = "우리는 소유보다 성취를 추구하는 발전적인 자세로 국민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학술, 문화, 교육, 의료, 언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회의 그늘진 곳일수록 우리는 더 따뜻한 가슴으로 포용해 왔으며 미래를 위해 기초를 닦고 실력을 배양해야할 곳마다 우리는 관심과 배려를 그치지 않았습니다."(대우그룹 설립 25주년 기념사 중)

"아마 2000년대 쯤 되면 제조 업체가 600개. 지사 연구소와 판매장, 건설 현장 등 합쳐 대략 세계 전체에 1000개의 거점이 생기지 않을까 보고 있다. 현재 우리 고용한 외국인 약 12만명인데, 2000년대 쯤을 계산해보니 25만명 정도 해외 고용하고 있지 않을까 본다."(대우그룹 30주년 설립 기념사 중)

"이번 경제위기의 보다 근본적 원인은 금융 분야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OECD에 가입하고 개방체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취약 금융권이 과도하게 단기 외화자금을 운용한게 동남아 위기와 맞물려 갑작스럽게 차질을 빚어, 결국 보유외환의 고갈을 불렀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든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외화채를 갚을 능력을 키워야 한다.

500억불의 경상수지 흑자를 위해선 수출 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1조달러에 이르는 훌륭한 생산시설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생산시설 가동률은 60%도 안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피땀으로 가꾼 생산기반은 하루아침에 고철로 변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어야 한다."(1998년 7월)

"세계 경영의 완성을 확신했다.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은 곧 대한민국 경제의 영토를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갑작스런 외환위기로 그 과정 완성치 못한게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가 품었던 꿈과 열정, 우리가 실천한 노력, 우리가 이룩한 성과들 반드시 평가받는 날 올 것이라 생각한다.

…(중략)…대우를 떠나며 따듯한 말을 건네지 못하고 헤어진 게 무엇보다 가슴에 사무친다. 저를 믿고 뜻을 모아 세계 무대로 함께 뛴 여러분의 노고에 (보답하지 못 해)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뜻을 함께 하며 한몸처럼 활동했던 여러분은 언제나 대우의 주인공이다. 여러분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우는 영원할 것이며 우리는 명예로울 것이다."(대우그룹 50주년 설립 기념사 중)

[수원=뉴시스]김종택 기자 =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엄수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19.12.12. photo@newsis.com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공개된 고인의 생전 육성에 옛 대우 임직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김 전 회장의 영결식은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엄수됐다. 앞서 장례식은 지난 10일부터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장 형태의 3일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영결식은 장례 미사 이후 오전 8시부터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영결식은 고인의 생전 육성을 모은 '언(言)과 어(語)' 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20여분 분량의 영상에서는 영국 록밴드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이 부른 '이매진(Imagine)'이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영상에는 고인이 대우그룹의 창립 25주년, 30주년, 50주년 등에 했던 기념사와 언론 인터뷰, 대학생과의 대화 등에서 말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300명 규모의 대강당의 자리가 꽉 차, 대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40~50명의 조문객들은 로비 내 대형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지켜봤다. 머리가 희끗한 옛 대우그룹 임직원들과 병원 관계자들이었다. 조문객 중 일부는 영상을 보던 중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영상 후반부에는 2017년 대우그룹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고인이 기념사를 통해 옛 임직원에게 미안함을 드러내는 모습도 담겼다.

김 전 회장은 "대우를 떠나며 따듯한 말을 건네지 못하고 헤어진 게 무엇보다 가슴에 사무친다"며 "저를 믿고 뜻을 모아 세계 무대로 함께 뛴 여러분의 노고에 (보답하지 못 해)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뜻을 함께 하며 한몸처럼 활동했던 여러분은 언제나 대우의 주인공"이라며 "여러분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우는 영원할 것이며 우리는 명예로울 것이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만 30세인 1967년 대우를 설립한 후 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자산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의 기업을 일군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이다.

고인의 다양한 공과(功過)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단연 '세계경영'이다. 김 전 회장은 세계경영 해외직역 본사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범세계적으로 경영거점을 확보하는 전략을 적극 실행해갔다.

유럽, 미주,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블록화되고 있던 당시 시점에서 단순한 교역이나 국지적 해외 생산거점 확보 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세계경영을 기치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신흥국 출신 최대의 다국적기업으로 대우를 성장시켰다. 당시 대우의 수출규모는 한국 총 수출액의 약 10%에 달했다. 재벌그룹 오너가와 달리 '맨손'으로 시작해 세계 시장을 누비며 대우그룹을 다국적 기업으로 키운 김 전 회장은 생전 '킴기즈칸'으로도 불렸다.

지난 2010년부터 마지막 봉사라 여기며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양성사업에 매진,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4개국에 1000여명의 청년사업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영결식 후 운구 차량은 아주대 본관을 돌고 떠났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선영이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미망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장녀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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