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동원 피해배상 2차 소송, 원고 33명 참여
입력 2020.01.14. 12:4333명 중 생존 피해자 2명 불과…"피해자에게 정의를 돌려줘야"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지난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 접수 사례를 모은 광주 지역 시민단체가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2차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14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 일본 전범기업 6곳을 상대로 한 피해자 33명의 손해배상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4월 제기한 1차 소송(피고 전범기업 9곳·원고 54명)에 이은 두번째 집단소송이다.
소송 원고는 근로정신대 시민모임과 민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해 3월25일부터 4월5일까지 접수한 강제동원 피해 사례 537건 중 기업 지위 승계와 피해사례 증명 등 확인을 거쳐 확정됐다.
이번 소송 원고 33명 중 피해 생존자는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고 31명은 피해자의 자녀·손자 등 유족이다.
특히 피해자 중 7명은 동원 당시 현지에서 숨을 거뒀다.
피고 기업 중에는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미쓰비시중공업도 포함됐다.
2차 소송의 기업별 원고는 홋카이도탄광기선(현재 도산 기업)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쓰비시광업(현 미쓰비시머티리얼) 9명, 미쓰비시중공업 4명, 미쓰이 광산(현 니혼코크스공업) 3명 순이다.
가와사키중공업, 니시마쓰건설은 1명씩 소를 제기한다.
홋카이도탄광기선, 가와사키중공업은앞선 소송에서는 제외됐으나 2차 소송에서 새롭게 피고기업에 포함됐다.
동원기업 업종은 탄광 27명, 중공업 5명, 건설업 1명 순이었다.
시민모임과 민변은 소 제기를 마친 뒤 이날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변호사회 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전범기업의 배상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피해자 권리 구제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정당한 권리 행사인 강제집행마저 비난하며 수출규제 등 비이성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을 위한 노력은 미룰 수 없다. 정당한 권리실현을 위해 2차 집단소송을 추진한다"며 "소송을 통해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이 저지른 반인륜적·반인도적 불법행위가 다시 한 번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고 밝혔다.
또 "과거를 반성하지 않은 채 한일 우호·관계 개선은 어렵다. 피해자에 정의를 돌려주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면서 "강제동원 사실 인정·사과·배상 등이 이뤄질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변호인단은 "도산한 기업도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배상의 실질적인 효력 확보는 다른 문제다"면서 "원고들은 일제 강제동원의 피해 실상을 널리 알리고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이끌어내자는 소 제기의 의미를 고려, 큰 결심을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3차 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소송 없이 문제가 해결되길 강력 촉구한다"면서 "피해자가 수십년간 사과·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1차 소송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추가 변론 또는 선고를 앞두고 있으나, 피고기업 측에 재판 관련 서류 전달 지연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견이 끝난 뒤 소송 원고로 참여하는 피해 유가족들이 직접 전범기업의 만행을 공개했다.
이선희(65)씨는 "아버지(고 이상업)는 16세이던 1943년 11월 미쓰비시광업 가미야마다 탄광에 끌려갔다"면서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화물열차에 태워져 이틀간 굶기며 일본으로 끌려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탄광에서 겪었을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마음을 더 모아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승리하길 간절히 원한다"고 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자신의 강제동원 피해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피해 원고들은 가족의 강제동원으로 겪은 고초를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편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은 광주·전남 지역 노무동원 피해자는 총 2만654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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