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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로 기록한 고려인의 삶···국가의 첫 인정"

입력 2020.02.02. 16:56 수정 2020.02.10. 17:07
김성희 기자구독
김병학 고려인연구가 인터뷰
고려인의 삶 담긴 기록물 23권
13번째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
20년간 1만2천여점 수집해 연구
지역사회 기증 통해 공공재 역할
고려인 육필 원고기록물 중 극작가 김해운의 '장화 홍련' 표지.

"기록물을 보면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의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국가지정기록물 등재는 고려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국가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모국어와 모국의 역사를 잊은 후손들이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려인이 남긴 기록물 중 희소가치와 정보가치를 지닌 23권의 기록물이 최근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됐다.

기록물 소장자 김병학 고려인연구가는 "고려인 유명작가나 문화예술인들이 모국어로 남긴 소설, 희곡, 가요필사본 등 육필원고 21권과 고려극장 80여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첩 2권 등 총23권이 13번째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번 기록물 등재에는 고려인 문학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폭발'(1985년) 육필원고도 포함됐다.

고려인연구가 김병학씨. 무등일보 DB.

김 연구가는 "고려인이 이룩한 문화예술 활동·업적에 대해 국가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해줬다"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해외기록물 등재 사례가 있긴 하지만 한반도를 떠난 한 집단이 해외에서 모국어를 잊지 않고 생산한 기록물 등재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또 김 연구가는 "후손들은 5세대 이상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모국어를 잊었고, 모국어를 잊음으로 해서 모국의 역사도 함께 단절됐다"며 "하지만 이번 국가지정기록물 등재를 통해 선조들이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가치 있는 일을 한 것인지 알게 되면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가지정기록물 등재는 김 연구가의 20여년에 달하는 고려인 관련 기록물 수집과 계속된 연구 덕분이다.

김 연구가는 카자흐스탄 고려인 '3세대'로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카자흐스탄에서 민간 한글학교 교사, 고려일보 기자 등으로 활동하며 1만점이 넘는 고려인 기록물을 수집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려인 기록물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고려인 유물 수집가 최아리따 여사를 만나면서 수집·연구에 가속도가 붙었고 2014년 최아리따 여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고인의 뜻을 이어 받아 고려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지정기록물 추가 등재를 위한 연구도 계속 할 계획이다. 김 연구가는 "가지고 있는 자료 양이 방대하다. 앞으로도 주제, 시기, 사건 등 테마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며 "추가 등재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고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1만점이 넘는 고려인 관련 기록물 등은 향후 전부 기증할 생각이다. 김 연구가는 "기증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이 공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길 바란다"며 "사람들과 고려인의 역사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국가지정기록물에 등재된 기록물은 고려인 1∼2세대 한글문학 작가인 김기철(1960∼1982)·김해운(1935∼1957)·한진(1965∼1989)의 육필원고 19권과 고려인 구전 가요를 수록한 창가집 원고 2권, 고려극장의 활동을 알 수 있는 사진첩 2권 등 모두 23권이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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