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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 휴업 3주, 피그말리온 효과

입력 2020.03.09. 13:41 수정 2020.03.09. 19:04
김승용 기자구독
정화희 교단칼럼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빈 교실은 적막하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책상은 주인을 잃어버린 우산처럼 처량하다. 사상 초유 3주 휴업이 진행중이다. 휴업은 학교의 수업과 등교가 정지된다. 곧 학교의 교육 업무가 중단된다. 대체로 자연 재해 또는 재난 발생 시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가정학습 중이니 학부모님의 걱정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더구나 고3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다양한 불안이 나오고 있다. 이에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는 지난 4일 고등학교장 협의회를 통하여 개학 연기에 따른 학습지도와 생활교육, 교직원 복무 등에 대한 안내와 협의를 진행하고 일선 학교에 방향을 전달하였다.

전남도교육청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난 4일 22개 교육지원청 교육장들과 영상회의를 갖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예방 대응 및 개학연기에 따른 학습공백 최소화 등 분야 별 후속대책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에서는 이미 ebs 온라인 클래스 및 홈페이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ebs 방송 청취 및 교과별 학습과제의 부과 및 진행 상태 등을 확인하고 있다. 생활지도에 있어서도 학급 단톡방과 개인별 전화 상담을 통하여 사회적 거리를 넘어서 정서적 일체감을 시도하고 있다.

어느 새내기 교사는 요즘 교과서 재구성 및 분석을 통하여 전문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아이들도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상상하며 수업을 해보았다고 웃는다. 또 단원별 학습지를 만들고 모둠 활동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스스로 여러 자료들을 탐색해 본다. 생활지도 면에 있어서도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을 어떻게 계도할 것인가 매일매일 묻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 또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방법 등을 선배 교사에게 여쭌다. 이렇게 많은 교사들은 오히려 수업 전문성과 생활지도의 다양성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걱정 가득이다. 집이 PC방이 되었다느니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느니 친구들과 카톡만 한다느니 등.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성숙하고 자기 주도력이 있다고 믿으셔도 좋을 일이다.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책임지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시고 격려해 주실 일이다. 오히려 불안한 절실함이 우리 아이들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이다. 담임으로서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깜짝 놀라시는 경우가 많다. 어리게만 보았던 자녀가 학교에서는 사회적 성장과 가치의 체득으로 칭찬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가정에서야 학습이 우선이고 고3의 경우 좀 더 불안이 있겠지만 학교를 벗어나서도 분명 자기들만의 배움과 성장이 일어날 거리들은 수없이 많다. 부모님들이 출근하실 때면 가정에 있는 자녀에게 늘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고 한다. '밥 잘 차려 먹어라', '컴퓨터 조금만 해라' 하는 말씀이다. 비판과 부정의 말씀보다는 우리 자녀들이 해낼 수 있는 기대와 믿음의 말씀들을 해 주신다면 자녀와의 신뢰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되리라는 주변의 기대와 믿음이 영향을 끼쳐 결국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론으로 자기 충족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젠탈(R. Rosenthal)과 교육학자 제이콥슨(L. Jacobson)은 이 이론을 교실에 적용하여 교육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아직도 2주나 남았다. 집에 있는 아이들도 학교에 있는 교사들도 빨리 만날 수 있길 간절하게 바란다. 그 기대는 방학이 끝날 때보다 더 적극적이다. 대구 경북 및 타지역을 향한 우리 남도인의 정성을 바라볼 때,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저력을 돌아볼 때 가까운 시일 내에 코로나19는 종식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타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해 나가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기회로 여기시길 바란다.

빈 교실이 얼른 재잘재잘 아이들의 우정과 선생님들의 사랑으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아이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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