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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모가 바뀌면 아이의 세상이 바뀐다

입력 2020.03.15. 14:03 수정 2020.03.16. 18:04
김승용 기자구독
정유하의 교단칼럼 나산실용예술중학교 교장

교육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우나 어떤 문제도 외면해서는 아니 된다. 그 중에서 점차 번져가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를 일본어로는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이 19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중반에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틀어박히다'라는 뜻의 동사 히키코모루에 사람을 뜻하는 리(り, 人)가 붙여서 히키코모리라고 한다.

1990년대 말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청소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들을 '은둔형 외톨이(은톨)'라고 부르고 있다. 2001년부터 일본 후생성에서는 6개월 이상 집 안에만 머무르면서 외부활동이나 인간관계를 피하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3개월 이상 이러한 경향을 보이면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하고 있다. 외부로 나타나지 않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현재 우리나라에 '은둔형 외톨이'가 29만~30만 명 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지금은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도 은톨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19년 1월 필자는 대안교육기관방문을 목적으로 일본에 갔다가 동경도의 무사시노 시에 있는 비영리법인인 '문화학습협동 네트워크'를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히키코모리들을 매우 현명하게 돌보고 있었다. 한 예로 '문화학습협동 네트워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만남의 방'에는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여러 가지 악기나 기구, 자료들이 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교사들은 어떤 것도 가르치려하지 않았고 다만 그들에게 안전한 공간만을 제공하고 있었다.

할 일은 있으나 전혀 강요하지 않았고 의욕이 생기면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자연스러우나 전문적인 상담과 지지만 있었다. 자발성을 기대하지만 강요는 없는 안전함이 돋보였다. 히키코모리가 그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큰 발걸음임을 알고 있는 사려깊은 지원이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이들이 의욕을 갖기 시작하면 스스로 빵을 만들어 팔수 있는 빵집과 커피숍(당시에는 지역개발로 허물고 있었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는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의도한 것이었다.

이처럼 일본은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설치하여 비영리법인 단체에 위탁운영하고 있었다.

은톨의 발생 원인은 각기 다르고 또 다양하여 간단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여인중 박사는 핵가족화되고 감정교류가 어려운 가정에서의 문제, 왕따, 은따, 학교폭력 등의 학교에서의 원인, 청년실업과 같은 사회문제 등이라고 설명한다(2015). 결국 원인은 우리가 해결해야할 사회문제인 것이다.

최근에는 이들 부모들이 모이기 시작해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를 창립했다. 광주시는 2019년에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만들었고, 몇몇 민간단체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은톨' 문제의 역사가 20여년이 되었으니 상당히 늦었으나 그래도 다행이다.

이와 같이 '은톨'이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이를 해결하려고 나서고 있지만, 예방이 먼저다. 이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세상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 가정은 아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사회이며 교육의 장이다. 아이를 일류대학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애를 쓰는 부모보다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기다려주는 부모의 교육관이 필요하다.

아이의 능력을 신장시켜주고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수많은 과외를 시키는 것도 부모가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이지만 시간을 내서 아이와 눈을 마주보며 마음을 읽어주고 대화하는 사랑이 훨씬 가치있다. 학교폭력도 상당부분 사랑의 결핍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수업도 집중할 수 없는 학생 한명은 네일아트를 하는 동안에는 몇 시간이고 집중하며 손톱에 작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다. 무단결석과 무기력의 대명사였던 한 제자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는 자신의 일에 너무 열정적인 것이 문제가 될 정도의 전문가가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어 그 일을 하면서 효능감을 맛보고 어떤 일이든지 편견 없이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은톨을 위한 사회비용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아직도 부모들이 아이를 향해서 자신의 꿈을 투사하는 경향이 있어 프로그램대로 행동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요사이에 올바르고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21세기형 부모역할을 공부하자. 부모의 가치관이 바뀌면 아이의 세상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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