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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구 뽑는 데 26만 명···무순위 청약이 뭐기에

입력 2020.05.23. 06:00
'잔여세대' 뜻하던 무순위 청약…청약시장 새 흐름
청약에 자격제한 없어, 규제 우회로로 급부상 중
수도권 주택 수급 불안 때문이라는 지적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최근 한강변에 있는 초고가 아파트 단지의 무순위 청약 광풍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단지는 서울숲역 초역세권에 위치한 한강변 주상복합 아파트로 온라인상에서 잔여세대 3가구를 모집했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불과 8시간동안 26만4625명이 접수해 평균 8만82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전용면적 97㎡B의 경우 8시간 동안 21만5085명이 청약을 접수해, '21만5085대 1'이라는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로 마감했습니다.

수도권에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1508만4850명·올해 4월말 기준) 중 약 50명 중 한 명꼴로 청약을 넣었다는 얘깁니다.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 미분양에 대비하는 '사전 예약'이나 계약완료 후 잔여분 발생 시 추가로 공급하는 '사후 접수' 등을 말하는 데, '줍고 줍는다'는 뜻의 '줍줍'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무순위 청약은 최근 몇 년간 청약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전혀 새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1, 2순위와 구분하기 위해 '3순위'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최근 들어 무순위 청약에 주목도가 높아진 것일까요.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청약에 자격제한 없다는 점을 듭니다.

전자관보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청약 제도의 근간이 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모두 9차례 바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약 제도는 몹시 복잡해지고, 투기를 막겠다며 거주의무기간 등 각종 장치가 강화됐습니다.

반면 무순위 청약은 집이 있어도, 청약통장 없이도 만 19세 이상, 해당 주택건설지역이나 광역권 거주자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청약가점이 낮은 사람도 괜찮습니다. 추첨제로 공급하니까요.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84㎡ 이하 주택은 청약가점이 높을수록 당첨이 유리한 구조입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당첨을 기대하려면 적어도 청약점수가 64점은 돼야 합니다. 3인 가족이 무주택기간 15년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을 모두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점수입니다. 이는 30대가 기존 주택 시장에 몰리는, 이른바 30대 '청포자'(청약 포기자)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수도권 내 집값 상승세는 가파른 데, 청약자격은 까다롭고, 전매 제한 등 내 집 장만을 위한 통로는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무순위 청약이 탈출구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도 무순위 청약 광풍에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엄단하고 나서면서 생긴 불법전매, 공급질서 교란자로부터 회수한 주택이 재공급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공급 시점의 분양가로 다시 공급하는 데 최근 몇 년간 집값 상승의 영향으로 주변 시세 대비 수억원이 저렴한 '로또'로 여겨집니다. 반면 정부가 올해부터 이 같은 '줍줍'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예비당첨자 비율을 전체 공급물량의 '80%'에서 '500%'(5배수)로 확대하면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오는 물량은 종전보다 더 희귀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무순위 청약이 나왔다 하면 무주택자는 저렴하게 내 집을 구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다주택자도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어 '넣고 보자'식으로 너도 나도 청약에 뛰어드는 셈 입니다.

일부에서는 수도권 공급 상황이 들끓는 주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합니다.

서울 인구는 지난 2016년 5월에는 999만5784명으로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마감했습니다만, 경기·인천 등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끊임없이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는 2592만5799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인구(5184만9861명)의 50.0%로 절반을 돌파했습니다. 집값 상승과 풍부한 유동성에 수도권 주택시장이 무주택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가 되면서 당장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 없던 사람들도 덩달아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에 나서거나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 중입니다.

반면 무주택자는 아직도 많습니다.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 집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자가보유율은 수도권 기준 54.2%에 불과합니다. 주택 공급이 충분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집값 상승기마다 나오는 이유일 것입니다.

정부는 수도권 연간 주택 공급량은 22만호로 예년에 비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무주택자 등 실수요층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권 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부디 3기 신도시를 앞두고 생기는 과도기적인 현상이길 희망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순위 청약은 견본주택 등 오프라인에서 진행되거나, 건설사 홈페이지를 통해 청약을 진행하는 등 알음알음, 아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으로 청약업무가 이관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지난 2월3일 이후 입주자 모집을 공고한 단지(또는 잔여세대 20세대 이상)는 앞으로 감정원 '청약홈'을 통해서만 공급됩니다.

감정원은 무순위 청약을 비롯해 청약 단지의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청약 알리미' 서비스를 1년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리미 서비스를 이용하면 관심 지역에서 나오는 무순위 청약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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