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에 필요한 땅 안넘기면 처벌 '합헌'
입력 2020.06.04. 06:00"민사조치있는데 형사처벌…기본권 침해"
헌재 "공익사업 효율적 수행에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재개발 등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넘기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의정부지법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95조의2 2호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토지보상법 43조 등에 관해 청구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A씨 등 4명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땅과 건물의 소유권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에 이전했지만, 실제로 사업 시행자에게 인도하지 않아 토지보상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을 맡은 법원은 해당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B씨와 C씨 등도 각각 도시환경 정비조합과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에 자신 소유 땅과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했지만, 계속해서 영업을 이어가는 등 점유를 풀지 않아 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재개발 등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인도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청구인들은 손해배상이나 집행 등의 민사·행정적 조치가 있는데도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이 공익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담보한다며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공익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는 토지와 물건이 적절한 시간 안에 확보돼야 한다"라며 "인도의 시기를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이 불복 절차가 종결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민사소송이나 과태료 처분 등으로는 위 조항을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신속한 수행이 요청되는 공익사업의 경우 민사소송만으로는 적시에 사업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과태료 등 행정적 제재는 오히려 형사처벌보다 더 큰 권리 제한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으로 토지와 물건의 인도 의무가 형사처벌로 강제되나 권리가 절차적으로 보호되고 불복 수단도 마련돼 있다"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해당 조항을 어겨도 중형에 처해지지 않아 강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다른 조치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들 재판관은 "해당 조항의 법정형이 중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현실적으로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강제 효과가 상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민사소송 및 집행 등 사업을 진행할 방법이 있다면 형사처벌로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행 과정에서 집행관을 폭행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등 방해 행위에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면서 "공익사업의 효율적 수행이라는 공익이 토지 소유자 및 관계인의 재산권 등이 제한받는 정도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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