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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속도 조절 나선 김종인···'보수본당' 반발도 고려

입력 2020.06.05. 07:00
김지은2 기자구독
기본소득 도입 시사했으나…재원 문제 역풍 우려
"당장 할 수 있다는 건 환상에 불과" 한 발 물러서
"국가 재정 뒷받침 돼야" 여당으로 책임 분산도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2차 의원총회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6.0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문광호 기자 = 기본소득 화두를 던졌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급격한 이슈화에 한 발 물러섰다. 갑작스런 방향 전환에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취임 이후 통합당은 보수정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본소득' 카드를 다루게 됐다. 김 위원장은 과거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2016년 국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포용적 성장은 중요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통합당에 온 직후인 지난 3일에도 김 위원장은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정치의 기본적 목표"라며 "불공정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이런 걸 어떻게 시정하고, 약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물질적 자유를 만끽하게 해야 하느냐"고 말해 기본소득 도입을 시사했다.

이는 앞선 총선에서 여당의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이 크게 호응을 얻었던 만큼, 통합당에서도 기본소득 어젠다를 선점해 민심을 끌어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막상 기본소득 기조를 당의 핵심 정책으로 밀고 가려면 현실적인 문제들이 뒤따른다.

우선 기본소득을 지향할 경우 그간 민주당이 내세운 지원 정책들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강력 비판해오던 통합당의 기조가 크게 변하게 된다. 게다가 통합당이 실질적 재원 문제를 들어 비난해 온 데 대해서도 '현실 대안이 없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사 민주당, 심지어 유사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치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청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본소득 문제'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06.04. photocdj@newsis.com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간담회를 열고 "기본소득을 당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국가 재정이 어떻게 뒷받침을 할 수 있을지 먼저 연구해야 한다"고 말하며 속도를 낮췄다.

재정 확보는 정부와 여당의 역할인 만큼, 재정 조달의 중요성을 강조해 기본소득 책임의 무게를 정부에 분산시킨다는 의도도 포착된다.

김 위원장은 "내가 물질적 자유를 증진하는 게 정치 과제라고 하자 기본소득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을지 모른다"며 "기본소득은 1차적으로 재정 조달이 가능할지를 먼저 봐야 한다. 현행 우리나라의 세입 수준으로 실현이 가능한지를 따져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정책의 구체적 실현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당 내 공감대와 재원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돈이 몇 백 조원이 들어갈 것이다. 현실적으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대해서 답을 못하지 않나"라며 "취지는 이해 가능하지만 실현 가능하냐에 솔직해야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꾸 제안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게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은 "어떻게 도입하느냐 판단과 선택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본소득은 파괴력이 크고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졸속으로 하지 않고 외국 제도는 참고하되 우리 것에 맞는 게 가능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못하면 정체성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hynot82@newsis.com, moonlit@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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