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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그린뉴딜' 추경에 전문가들 "목표와 철학이 없는 역행"

입력 2020.06.06. 08:00
정성원 기자구독
전문가들 "그린뉴딜 계획에 일자리·정책만 강조"
"그린뉴딜 목표는 기후위기와 사회 불평등 해결"
항공산업구제·석탄발전소 설립…"그린뉴딜 역행"
"'2050 탄소 중립' 같은 구체적 목표치 제시해야"
[서울=뉴시스]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한국판 뉴딜의 발전방향 : 그린뉴딜'을 주제로 열린 KEI 환경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2020.05.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환경부가 지난 3일 3차 추가경정예산 6951억원 중 84%인 5867억원을 '그린뉴딜' 사업에 편성했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안이 그린뉴딜 철학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린뉴딜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기후위기와 화석연료로 촉발된 사회 불평등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환경부가 내놓은 그린뉴딜 추경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경제 회생과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후위기와 사회 불평등 해결을 모두 놓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6일 "그린뉴딜의 맥락은 하나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완전히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의 심한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환경부가 제시한 그린뉴딜 추경안은 그린뉴딜을 정확하게 정의하지도 않은 채 녹색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만 하는 등 개별사업의 타당성만 이야기하는 건 잘못된 논리"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추경예산 6951억원을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1235억 ▲녹색산업 기술 지원 및 해외 판로 개척 4075억원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 등을 결합한 환경 안전망 구축 557억원 ▲일자리 창출 및 중소기업 지원 1084억원 등으로 나눠 책정했다.

이 같은 추경으로 환경부는 직접 일자리 1만2985개를 포함해 총 1만7000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일자리 측면에서 정책이 집중돼 있다"면서 "제시한 정책들이 기후위기 대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실에서 반기문 위원장과 만나 미세먼지 정책 발전방향과 그린뉴딜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2020.05.21. photo@newsis.com

유럽에선 그린뉴딜과 비슷한 '그린딜'을 도입했는데, 그린딜은 일자리 창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린딜의 목표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없애기 위해 에너지를 정의롭고 시민참여적으로 전환하는 한편, 환경 관련 위협에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한다"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엔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이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배출량 7억910만t 대비 최저 40%에서 최대 75%까지 줄여야 한다는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의 1.5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담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을 올 연말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50년 탄소 중립은 둘째치고 지난 2월 마련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 내용마저 이번 추경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올해 하반기에 재정계획을 하면서 LEDS를 하겠다, 기후변화 정책 이행을 점검하겠다 정도만 나온 것이지, 검토안이 그린뉴딜 추경안에 구체화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린뉴딜 추경안엔 구체적인 목표치, 목표치를 반영한 정책이 포함되지 않아 정작 환경정책이 일관된 방향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재각 소장은 "코로나19로 어렵다는 이유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항공사를 지원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이미 짓기로 한 석탄발전소를 계속 지으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지언 국장은 "환경부가 전기차 보급 대수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반대로 경유차와 내연기관차를 얼마나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이 나와야 기후위기 대응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1t 전기화물차 5500대 대체에 990억원, 전기이륜차 1만대 대체에 115억원을 지원해 전기화물차와 전기이륜차 보급을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경안엔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를 얼마나 줄일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1톤 전기화물차 전달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조명래 환경부 장관, 이낙연 총리, 1호차 구매고객,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2019.12.17. bjko@newsis.com

이유진 연구원은 "이번 추경안은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급하게, 범위도 좁게 준비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 그린뉴딜에 어떤 사업들이 포함돼 규모 있게 진행할지는 계속 논의해야 하고,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도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기후환경 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하반기에 즉시 착수할 수 있는 사업들을 대상으로 편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정부에 그린뉴딜의 명확한 정의와 함께 장기적인 그린뉴딜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재각 소장은 "가장 중요한 건 급하더라도 그린뉴딜의 정의와 원칙을 정하고, 탄소 배출을 어느 정도 줄일 것인지 목표가 세워져야 내세운 정책들이 효과가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따져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언 국장도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 기세를 몰아 과거로 회귀하지 말고 지속할 수 있고 건강한 사회로 갈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에너지 전환 등으로 석탄산업에 의존했던 기존 일자리가 없어져 갈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논의도 구체적인 목표 안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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