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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브리핑] '암도진창'(暗渡陳倉)

입력 2020.07.07. 14:13 수정 2020.07.07. 17:18
유지호 기자구독

"암도진창(暗渡陳倉)"

서울·대전 방문판매업체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광주가 속수무책입니다. 최근 10여일 확진자만 88명에 달합니다.

해외입국자 2명을 빼고 86명이 지역사회 감염. 이들 가운데 절반(41명)은 종교 관련입니다.

오피스텔(방문판매 등 추정)을 연결고리로 교회·사찰·요양원 등에서 추가 감염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오피스텔 탓에 어린 남매와 외할머니간 '엔(n)차 감염' 사례도 나왔습니다.

전략·전술에 능한 녀석입니다. '몽골기병'처럼 기동력은 최고입니다. 지금껏 만나 본 바이러스들 중 가장 빠릅니다.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전파력을 갖습니다. 완치된 환자, 2·3차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을 잇따라 받습니다. 심하게 아프면 돌아다니지 않고, 전파도 더딥니다. 반대로 증상이 없거나 약한 상황에서 전파력이 강하면 문제가 심각해 집니다. 전파에 최적화 된 아주 잽싸고 날렵한 녀석입니다.

영악하고 교활합니다.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의 8번째 계책. 몰래 진창으로 건너간다는 '암도진창'입니다. 한신(漢)이 초(楚)와 싸울 때 사용한 계책인데, 방비가 허술한 후방을 공격할 때 쓰는 전략입니다. 방문판매·종교·클럽·요양병원…. 녀석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치고 들어옵니다. 방역망이 허술하면,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언제든 순식간에 파고들어 치명타를 날립니다. 치밀한 놈입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영화 '발레리안'에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아티스트 '버블' 처럼, 상황에 따라 스스로 진화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과 사람을 오가면서 다양한 변종 돌연변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이러스는 S·V(중국 등 아시아), G·GH·GR(유럽·북미·남미·아프리카), L, 기타 등 총 7개 유형. 광주는 'GH 그룹'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초기에 나온 S·V 보다 전파력이 6배나 더 쎈 놈입니다. 암만 생각해도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아주 고약하고 기분나쁜 놈입니다. 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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