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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탕이 얼마나 맛있으면 거리가 생겼을까?

입력 2019.09.11. 15:02
[광주스토리100]오리탕거리

전라도 음식은 한국 음식문화의 대표 주자다. 너른 들판과 해안에서 올라온 싱싱한 재료에 진하고 감칠 맛 나는 양념, 미감을 예술로 끌어내는 손맛이 전라도 음식의 명성을 오늘까지 지속시켜준 핵심이라 할 것이다.  

유동 오리탕 거리-광주역 인근 유동에는 오리탕거리가 있다. 80년대 말 전성기를 맞이하며 오리탕은 보양식으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광주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공예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0~1961)가 쓴 전라도 기행문 '조선과 그 예술'을 보면 광주 춘목암 음식에 대한 극찬이 나온다. 광주음식의 명성은 조선 땅을 넘어 이웃 일본까지 번졌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맛의 고장, 광주의 대표음식은 무엇일까? 어떤 식당을 들어가도 기본은 한다는 이들도 있지만 광주의 오미五味로 알려진 음식은 한정식, 오리탕, 떡갈비, 보리밥, 김치다. 

한정식이나 떡갈비, 김치는 전라도 사람뿐 아니라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한국 음식의 대표적 메뉴다. 그런데 오리탕은 좀 생소하다. 대체 왜 맛의 고장 광주의 대표음식으로 오리탕이 꼽힌 것일까? 

오리 요리의 거리 조형물-광주 유동 NC백화점 옆 골목이 시작되는 지점에 '오리요리의 거리'라는 조형물이 새워져 있다. 광주 특화거리 중 하나로 맛의 거리이다.

광주 오리탕 거리의 형성 

광주 오리탕의 역사는 역시나 오리를 키우는 오리생산지가 인접함으로써 시작됐다. 70년대 나주 금천에서 오리 농장을 하던 나씨 청년은 오리 수요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육고기를 대만에 수출하거나 통조림을 만드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하던 그는 식당가를 돌며 오리로스 등 새로운 오리요리를 권장하며 영업을 했다. 그러던 중 유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영광 출신의 식당 주인을 만났다.

그는 청년에게 자연산 청둥오리에 미나리와 들깨가루를 곁들여 먹으면 맛이 있었다는 요리 비법을 알려 주었다. 청년은 그 메뉴의 예감이 좋아서 당장에 오리를 반값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을 한다.

청년의 예측대로 들깨와 된장, 미나리를 곁들인 오리탕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에 오리탕 전문점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며, 유동 일대에만 30여개의 오리탕 전문점이 생기면서 광주 맛의 새 역사가 써진다.

80년대 말, 유동 일대에는 그야말로 오리탕 전성시대가 펼쳐진다. 오리고기가 '건강음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리탕 골목은 완전히 맛의 거리로 정착하게 됐다.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비호감 음식은 얼마든지 호감으로 바뀔 수 있다. 어떤 음식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라고나 할까. 맛의 역사는 요리자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으며 확장될 수 있다. 

단일한 음식이 특정 지역에 군집해있는 경우는 종종 있다. 곱창이나 횟집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오리탕이라는 메뉴 하나로 200미터가 넘는 거리를 형성하고, 수십 년에 걸쳐 맛의 명성을 유지하는 일은 드물다.

세대를 건너 맛으로 인정받아야만 수십 년 명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동의 오리탕 거리는 맛집 군락의 새로운 역사인 셈이다. 

200미터에 달하는 도로 전체가 오리탕 집 

오리탕 거리는 중국․일본인들도 이곳을 '관광코스'에 넣어 찾아올 만큼 이름이 났다. 

오리탕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이들, 오리고기는 냄새가 나고 느끼해서 먹지 못하겠다는 이들도 광주 유동 오리탕 골목에서는 밥 한 그릇을 쓱싹 비웠다는 후일담이 많다. 

"함께 간 사람들이 여긴 느끼하지 않다고 애써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믿지 못했다. 눈감고 한 입만 먹어보라는 청에 못 이겨 입에 우겨 넣던 순간까지도 의심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국물과 고기 모두 비리지 않고 고소했다. 너무 조금 먹어서 제대로 못 느낀 걸까 싶어 한 숟갈 더 떠먹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고소한 맛이 났다."

어느 방문객이 블로그에 올린 소감이다. 그렇다. 유동 오리탕 골목에서 맛보는 오리탕은 일단 고소하다. 질그릇으로 만든 냄비나 솥에 된장과 붉은 고추 간 것, 생 들깨 간 것, 마늘, 생강 등을 넣고 토막 내 살짝 데친 오리고기를 넣어 4시간 이상 끓인 뒤 된장으로 간을 하고 미나리와 대파를 얹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생 들깨와 생강, 미나리와 된장이 오리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고 한다. 

바람 부는 날에는 유동 오리탕 거리를 찾으시라. 뜨신 탕국물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싱싱한 미나리로 생기를 보충하고 나면 없는 힘이 다시 솟고 잊었던 용기가 불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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