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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유출' 딸도 유죄, 왜···"1년만에 1등 매우 이례적"

입력 2020.08.12. 15:09
옥성구 기자구독
법원, 쌍둥이 자매에 각 집행유예 선고
1년 만에 중상위권→각 계열 전교 1등
"이례적 사례에 비해서도 매우 이례적"
부친의 수상한 행적도 유죄 판단 근거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018년 9월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경찰이 이 학교 교무부장이 2학년인 쌍둥이 딸 2명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해 성적을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18.09.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이들이 1년 만에 중상위권에서 각 계열 전교 1등으로 성적이 급상승한 점이 판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당시 교무부장으로서 시험 문제에 접근할 권한이 있던 아버지의 수상한 행적도 더해져 법원은 쌍둥이 자매 측의 무죄 주장은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배척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H양에게 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각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

송 부장판사는 앞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아버지 판결을 근거로 H양 등이 시험 정답 유출에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관련 직접 증거는 없지만 인정되는 간접사실을 종합해 H양 등이 공범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H양 등이 1학년 1학기만 해도 중상위권 성적이었지만, 검찰이 이 사건 정답 유출이 있었다고 혐의를 둔 1년 만에 각 문과·이과에서 전교 1등으로 성적이 급상승한 점이 주요 간접사실로 언급됐다.

당시 언니 H양은 1학년 1학기 종합 석차가 전체 459명 중 121등이었고, 평균 점수는 87.90점이었다. 이후 2학년 1학기 종합 석차는 인문 계열에서 전체 1등으로 올랐고, 평균 점수는 97.90점이었다.

동생 H양 역시 1학년 1학기 종합 석차는 전체 459명 중 59등이었고, 평균 점수는 90.70점이었다. 이후 2학년 1학기 종합 석차는 자연 계열에서 전체 1등으로 올랐고, 평균 점수는 97.70점이었다.

법원이 서울 소재 10여개 여고의 3년간 재학생 성적 상승에 대한 사실 조회를 한 결과 H양 등과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 중 1년 이내에 중상위권에서 전체 1등으로 성적이 오른 사례는 없었다. 다만 전체 2등으로 오른 사례는 1건 있었다.

송 부장판사는 "중하위권에서 상위권 성적 상승보다,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 성적 상승이 어렵다"면서 "H양 등 사례는 이례적인 사례에 비해서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지난 2018년 11월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수서경찰서에서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 교무부장 A씨와 두 딸들에게서 압수한 압수물들이 놓여져 있다. 2018.11.12. park7691@newsis.com

또 H양 등이 모두 2학년 1학기 교내 정기고사 성적에 비해 전국 단위 모의고사, 학원 레벨 테스트 성적이 지나치게 낮은 점도 지적됐다.

교내 정기고사에서 각 전체 1등을 했던 2학년 1학기 당시 모의고사 성적은 언니 H양의 경우 국어는 301등, 수학은 96등이었다. 동생 H양 역시 국어 455등, 수학 401등이었다.

H양 등은 '모의고사는 입시에 반영 안 돼서 소홀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송 부장판사는 "최상위권 학생이면 어느 정도 교내 정기고사와 비례해 모의고사 성적을 얻는 게 일반적"이라며 "성적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H양 등 아버지의 수상한 행적도 딸들이 유죄 판단 받는 근거가 됐다. 당시 고사 총괄 교사는 시험 전 교무부장이었던 H양 등 아버지에게 출제 서류 일체를 결재받았고, H양 등 아버지는 결재 후 이를 뒤쪽에 위치한 금고에 보관했다.

H양 등 아버지는 결재한 서류가 금고에 있을 당시 주말에 홀로 출근하거나 일과 후에 늦게까지 교무실에 남아 있었음에도 초과근무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 당시 업무용 컴퓨터에는 어떤 작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송 부장판사는 "H양 등 아버지는 출제 서류를 접수하고 초과근무 사유가 없는데 늦게까지 남거나 주말에 나왔다"며 "H양 등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아버지 재판에서 인정한 부분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H양 등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근거가 없는 간접사실에 기초한 무리한 기소라며, 성적 급상승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으로 1등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송 부장판사는 "H양 등의 주장은 합리적인 의문이라기보다는 관념적·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결국 H양 등이 아버지와 공모해 위계로써 숙명여고 학업 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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