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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IA와 헤어지는 이들에게

입력 2020.08.13. 02:05 수정 2020.08.13. 20:33
한경국 기자구독
한경국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

선수를 인터뷰하고 기사를 작성하다 보면 스스로 안타까울 순간이 있다. 취재했던 선수의 행동과 몸짓, 말투를 지면에 고스란히 담아내지 못할 때다.

선수들이 하는 말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늘 고민하게 된다. 재밌게 농담을 던진 말들을 글로 녹이면 건조한 문장이 되고 말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인터뷰 현장에서 선수들은 많은 메시지를 보낸다. 말뿐만 아니라 손짓과 표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가끔은 눈빛으로 각오를 말할 때도 있다.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도 많지만, 오히려 그래서 의미가 더욱 분명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매번 듣게 되는 다짐과 달리 말을 아끼던 선수가 어렵게 꺼낸 각오 한마디는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발생하는 침묵의 순간에도 많은 의미가 있었고, 더듬거리는 말투에도 그만의 결연이 느껴졌다.전해오는 파장과 떨림 등 분위기를 글로 다 전달하지 못해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시간은 길어지고, 애착이 생기는 듯하다.

올해 팀을 옮기게 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경우도 그랬다. 두산으로 떠난 홍건희와 이제 NC유니폼을 입게 된 문경찬·박정수는 뛰어난 언변가가 아니었다. 차라리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다. 인터뷰가 낯선 평범한 대학생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들과 인터뷰 기회는 많지 않았고 나눈 이야기도 제각각이지만,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마음에 스며드는 것은 일치했다. 운동선수로서 대성하길 바라는 염원이었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동료들을 위해, 팀을 위해서 뛰고 있다는 마음은 현장에 있던 모두가 느꼈을 거라 믿는다. 많은 KIA 관계자들 역시 그들을 칭찬했었다. 성적을 떠나 평소 인성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 세우며 잘 자라주기를 응원했다.

그럼에도 구단 입장에서는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선수들 처지를 속속들이 잘 아는 구단 지도자와 직원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싶다. 더 성장할 인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기량을 더 잘 활용하고 이끌어줄 구단에 보내야 하는 심정은 복잡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적하고 나서 전성기를 꽃피우는 선수들의 사례가 많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실제로 홍건희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둥지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경찬과 박정수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광주 팬들이 보내준 응원과 격려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펜으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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