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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조선 미성년 강제동원, ILO협약 위반이자 아동학대"

입력 2020.08.13. 17:53
임종명 기자구독
국립중앙도서관·국가기록원·동북아역사재단 학술포럼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 발표
이어진 토론서도 공감대 형성…3개 기관 향후 협력키로
[서울=뉴시스]'전쟁에 동원된 아동과 여성' 전시(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2020.08.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미성년을 강제로 동원한 것은 명백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자 아동학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 정혜경 박사는 13일 오후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일제의 전쟁에 동원된 아동과 여성' 주제의 학술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주제발표에서 "당시 일본은 ILO에 가입해있었고 1919년부터 1945년까지 ILO협약에 비준했다"며 "ILO 강제노동협약 제11조 제1항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나이가 18세 이상 45세 이하인 신체 건강한 성인남자만 강제노동에 동원할 수 있다'고 규정해 미성년자와 여성의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1932년에 '1930년 ILO 강제노동협약'을 비준했다. 그러나 사례 등을 볼 때 일본 당국은 강제동원 관련법에서나 관행에서나 모두 이 기준을 위반했음을 알 수 있다"며 "그러므로 조선인 미성년 강제동원은 강제성의 가장 명확한 근거이자 전시 중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아동·여성 강제동원 기록전시 및 기자단 현장설명회가 열린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로비에서 직원들이 기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각 기관이 소장해오던 일제강점기 기록 중 그동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한 신문기사와 문헌을 오는 9월 4일까지 전시한다. 2020.08.13. amin2@newsis.com

정 박사에 따르면 노무동원 피해자로 판정받은 14만8961명 중에는 다수의 미성년 노무자가 포함됐다.

2005년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회)가 출간한 강제동원 구술기록집 '당꼬라고요' 표지사진에 어린 탄부의 모습이 실렸고, 위원회가 수집한 피해당사자의 사진에서도 어린이가 있었다.

2017년 여름 작고한 일본 다큐멘터리 기록가 하야시 에이다이가 남긴 사진집에도 '소년 갱부'라는 소제목과 함께 그들의 사진이 있다.

정 박사가 개인적으로 찾아낸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은 노동재해와 공습피해 등에 매우 취약했고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 상황에 노출됐다. 그러나 성인과 달리 저항하지 못했다.

12세 나이에 일본 규슈 오이타현 일본광업 소속 제련소로 동원된 소년(주덕종)이 이러한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은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장애자로 만드는 방법이었다고 했다. 정 박사는 "어린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존을 위한 '자기학대'였다"고 설명했다.

이외 군수공장과 토건작업장, 방공호 등에서 다쳐도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한 사례도 있고 군무원으로 동원됐다가 여자근로정신대가 된 사례도 있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당시 아동을 포함한 많은 조선인 노동자가 전쟁범죄, 반인도범죄의 피해자였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보탰다.

신 연구원은 "일본이 가입한 ILO 최저연령협약들을 보면 공업 분야에서는 만 12세 미만 아동, 해상 및 농업 분야에서는 만 14세 미만 아동의 고용이나 노동이 금지돼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며 "아동노동 자체를 국제형사법상 국제범죄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성인 강제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아동 강제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에 해당되는 피해들이 확인되므로 이는 별도로 국제법의 위반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아동과 여성 관련 기록전시에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이소연)과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도형)이 소장해오던 일제강점기 기록 중 그동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한 신문기사와 문헌 등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제공) 2020.08.13. photo@newsis.com

정 박사는 "현재 노무작업장에 동원된 미성년자의 피해 규모는 전혀 알 수 없다. 동원 주체였던 일본에서도, 피해국인 한국에서도 통계조차 찾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한국 사회의 무관심은 피해자성을 희석하는 단계로 이어지고 없었던 일이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왜곡을 저지하고 사라진 조선인 미성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역사 속으로 소환하는 방법은 자료 발굴과 연구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국제기준에 근거한 미성년 노동의 범위와 기준의 설정 ▲다양한 사례 발굴과 분석 ▲조선인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 민중으로 연구대상 확대 ▲학제 간 연구 활성화 등을 제언했다.

이날 발표 내용은 이때까지의 연구가 군인, 군속, 노무자, 위안부 등에 집중됐다면 향후 일제강점기 연구는 아동 강제동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토론을 진행한 허광무 한국외대 일본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아동노동, 청소년노동 문제라 하면 단연 여자근로정신대 문제를 생각하고 연구도 주로 이것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동환경이 열악한 탄광, 광산, 군수회사에 14세 미만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동원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역사에 남기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포럼을 진행한 국립중앙도서관과 국기기록원, 동북아역사재단 등은 일제강점기 자료의 수집과 발굴, 연구 및 디지털화 작업 등에 공동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국가기록원의 경우 '일제 강제동원 관련 명부 통합 DB' 구축을 추진 중이고 동북아역사재단은 일제침탈사 편찬사업과 한일협정 자료집 발간, 일제 동남아 침탈 연구,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 대응 홈페이지 구축 등을 준비 중이다.

한편 이날 포럼에 앞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 로비에는 아동과 여성 강제동원 실태를 실증하는 학적부와 명부, 전쟁 동원을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한 당시 신문기사와 문헌 등이 공개됐다. 이달 1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4층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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