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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소녀의 작은 꿈 "책상 하나면 충분해요"

입력 2020.09.10. 10:53 수정 2020.09.10. 10:53
주현정 기자구독
[사랑의 공부방 157호]
사랑방미디어·무등일보·재능기부센터 사회공헌 프로젝트
가정폭력 아빠에겐 벗어났지만
책상 엄두 못내는 가난 그대로
건강악화에 코로나19까지 발목
"가난은 대물림 안해" 엄마 눈시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57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초등학교 4학년 김양의 집

이제 겨우 11살. 한참 응석을 부릴 나이건만 김양은 무의식 속에서 흘러나오는 엄마의 긴 한숨의 의미를 알아차릴 정도로 철이 들었다. 어려운 형편속에서도 공부를 곧잘 하는 김양. 엄마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될까 싶어 밥상을 펴고 앉아 숙제며 그리기를 즐긴다. 하지만 정작 엄마는 딸의 그 모습이 가장 아프다. 책상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이다.

김양과 어머니는 단 둘이 지내고 있다. 술만 마시면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 때문이다. 살림살이를 부수는 것은 물론 폭언과 폭행,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 위협하려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럴때마다 아이를 안고 친정이며 지인집으로 잠시 몸을 피하며 위기를 모면했던 엄마는 결국 남편과 갈라섰다. 어차피 생활비도 엄마가 벌어 충당하던 터였다.

그렇게 남편의 가정폭력에서는 해방됐지만 모녀의 형편은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다. 혼자 힘으로 딸을 키우며 가계를 이끌어야 하는 탓에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다. 남자도 하기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긴 했지만 일을 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올 초부터 지구 전역을 덮친 코로나19는 그런 엄마의 발목을 잡았다.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그나마 뜨문뜨문 하던 일도 완전히 끊겼다. 월급을 조금 덜 받더라도 일은 하겠다는 제안에도 돌아오는 건 거절이었다. 두 가족 먹고 살 생활비 충당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딸의 책상을 마련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치가 된 이유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는 김양에게 책상을 선물했다. 비록 방은 조금 좁아졌지만 난생 첫 책상을 받아 든 김양은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책상이 놓일 공간을 살피는 어른들 주변을 맴돌며 연신 웃어보였다.

'엄마가 너에게 선물하는 책상이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엄마의 허리를 꼭 안으며 "엄마, 정말 고마워요"라는 따뜻한 인사를 건네 주변인들을 찡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건강도 좋지 못한데다 변변한 일자리도 없어 상황이 너무 좋지 못하다. 늘 아이에게 미안한 일 투성이었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서 오랜만에 기쁨이 무엇인지 느끼게 됐다. '나 혼자가 아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도움 주신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잘 살겠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딸에게는 절대로 저의 굴곡진 인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정말 열심히 살아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로 키우겠다"고도 덧붙였다.

광주재능기부센터 관계자는 "모녀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며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57호 공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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