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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정선거 논란 방지를 위해서는

입력 2021.02.15. 09:41 수정 2021.02.16. 08:32
김민전의 정치읽기 경희대학교 학부대학 교수(정치학)

지난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더불어 부정선거 논란이 전 세계를 강타한 해였다. 홍콩에서는 코로나를 빌미로 선거가 연기됐고, 미얀마에서는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벨라루스에서는 루카센카 대통령이 여섯 번째 재선에 성공했고,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도로 대통령의 통합사회당이 277석 중 253석을 차지했지만, EU 등은 부정선거라며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는 푸틴의 32년 장기집권의 길을 여는 개헌안이 76%의 찬성으로 통과됐는데, 이 역시 부정선거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가장 세계의 주목을 끈 것은 미국대선의 부정선거 논란이었다. 부정선거 논란 끝에 의사당이 점거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던 점도 그렇지만, 미국이 민주주의 수출국임을 자부해왔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 던진 충격이 컸다.

부정선거의 방법은 다양하다. 게리멘더링과 같은 선거제도 왜곡, 돈이나 취업 알선으로 표 사기(vote buying), 상대후보 제거나 후보등록 거부 등이 고전적 방법이라면, 최근의 부정선거 논란은 표 넣기(ballot stuffing)와 개표조작이 중심이 되고 있다. 표 넣기는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투표한 것처럼 만드는 것인데, 푸틴의 권력 연장을 꾀하는 국민투표에서는 투표관리원들이 표를 뭉텅이로 집어넣는 장면이 잡힌 사진과 영상, 또 투표하러 갔더니 이미 투표가 돼있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개표조작은 합산을 엉터리로 하거나 투개표기를 조작·해킹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벨라루스에서는 각 개표소의 결과를 엉터리로 합산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콩고, 이라크, 베네수엘라 등에서는 투개표기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표 넣기와 개표조작은 미국대선에서도 주된 의혹의 대상이었다. 표 넣기는 우편투표를 중심으로 제기됐는데, 다수의 우편투표가 가짜이거나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이 투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 특정 회사가 만든 투개표기가 해킹 혹은 조작돼서 트럼프의 표가 바이든에게로 넘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그동안 다른 국가에서 제기되었던 부정선거 논란과 상당히 유사한 것이었지만, 다른 점은 미국이 부정선거 논란이 초래한 정치적 갈등과 혼란으로부터 비교적 단시간에 벗어났다는 것인데, 그 비결은 다양한 검증제도와 적극적인 재판에 있다.

초당적 기구인 EAC는 기술가이드라인개발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투개표기에 대한 인증을 하고 있고, 선거 이후에는 선거관리와 관련된 각종 자료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주가 개표 후 빠른 시일 이내에 표본을 추출해 사후검증(audit)을 하고 있고, 사후검증 결과 문제가 있거나 박빙의 승부가 나왔을 때는 전체를 재검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선거에서도 다수의 주가 사후검증을 했고, 조지아와 위스콘신은 재검표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는 100여건의 선거소송이 제기됐는데, 주법원이나 연방법원은 모두 지체 없이 재판을 진행했다.

결국 미국의 부정선거 논란이 주는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부정선거의 실체 여부와 상관없이 "논란"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적 혼란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다양한 검증제도와 증거에 기반 한 신속한 재판이 갈등과 혼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사실 21세기는 부정선거 논란이 생기기 쉬운 토양을 가지고 있다. 확증편향을 일으키는 협송(narrow cast) 매체는 각종 음모론이 빠르게 확산될 토양을 제공하며, 투표과정이나 개표과정에서 사용되는 전자기기들 역시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해커들의 회의인 DefCon에 참가한 해커들은 투개표기가 해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 바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컴퓨터바이러스와 디도스 공격을 경험한 유권자들 역시 투개표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기 쉽다.

그렇다면 우리도 부정선거 논란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촘촘한 검증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초당적인 분류기 인증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개표과정은 분류기로 자동 분류된 투표용지를 개수기로 세고, 다시 개표요원들이 검증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분류기나 개수기의 오차율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개표요원들이 걸러내는 오류는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특히 아르헨티나, 콩고 등에서 우리 기업이 만든 투개표기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음을 감안하면 분류기에 대한 중립적인 인증절차가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둘째, 관내 사전투표에서도 선거인명부를 비치해야 한다. 관외투표는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인명부 비치가 불가능하지만, 관내투표는 당일투표와 마찬가지로 관내유권자들이 투표하기 때문에 선거인명부를 비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선거인명부가 있어야 중복투표나 표 넣기 혹은 표 버리기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또 사후적으로 표본을 추출해 선거인명부에 나타난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 수를 비교검증한다면 선거에 대한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셋째, 사전투표함의 보관장소는 cctv를 설치하고 실시간 중계해야 한다. 당일투표보다 사전투표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투표함이 며칠간 보관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전투표 폐지론을 주장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직장이나 학교 등으로 주민등록지에 거주하지 않는 유권자도 투표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투표는 가치가 있다. 다만,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투표함 보관장소에 cctv를 설치해 선관위 홈피나 유투브 등에 실시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사후검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잘 조율된 기계도 실전에서는 에러가 나는 경우가 있음을 감안하면 분류기가 스캔한 이미지파일과 개표결과를 비교하는 사후검증 제도가 필요하다. 모든 선거결과에 대해 사후검증을 다 실시할 필요는 없지만, 박빙인 지역에 대해서는 사후검증을 실시해야 선거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법원의 증거에 기반 한 신속한 선거재판이 필요하다. 작년 총선 때 제기된 선거소송이 아직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걸림돌임을 자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광주·전남 대표 정론지 무등일보는 영남일보(경상), 중부일보(경기), 충청투데이(충청), 제민일보(제주)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신문사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연합 필진 기고를 게재합니다. 해당 기고는 무등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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