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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곱다

입력 2021.02.15. 08:21 수정 2021.02.16. 19:36
강동준 기자구독
김홍식의 교단칼럼 전 광주서부교육장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곱다!" 목포가 낳은 타고난 춤꾼 우봉 이매방 선생의 말이다. 평생 춤과 함께 살면서 일가를 이루고, 춤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읽어내고 남음이 있을 법한 분이었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떤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분들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몸으로 배운 명인, 명장들을 보면 책 공부만이 공부의 다가 아니라는 걸 그대로 보여준다. 각자가 살아온 삶의 길 자체가 지독한 종교적 수련의 경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승무가 "한 여인을 사랑하다가 그 사랑이 깨져 스님이 됐는데, 수도를 하다가 문득 속세가 그리워 가슴 속 온갖 번뇌를 잠재우기 위해 추는 춤"이라는 선생의 말처럼 우리네 삶도 이런저런 번뇌 속에서 영위되는 짧고 긴 하나의 고독한 수행처럼 느껴진다.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는 구

절도 거의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한마디로 춤사위는 심연에서 길어 올린 마음의 표백이다.

어디 춤뿐이겠는가? 우리 인간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온갖 말과 행동은 먼저 마음 밭에서 싹을 틔우고 숙성해서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마음 밭이 어떠한가는 어떻게 일구고 가꾸어 왔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지극한 땀과 정성, 사랑이 투입되어 상당 기간 갈고 다듬어져 온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애써 묻지 않아도 그 결과는 명약관화한 것. 잡초가 무성하고 자갈이 많은 방치된 논밭에서는 곡식이 제대로 자랄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이 정갈하게 다듬어지지 않고서는 그가 지어내는 언행이나 예술, 나아가 삶 자체가 고울 수가 없다.

특히 '교육은 우리 인간의 마음 밭을 일구고 가꾸는 소중한 마음 농사'이다. 힘들고 지루한 상호 줄탁의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인간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진지하고 경건한 순례나 다름없다. 평탄한 길도 있지만 울퉁불퉁하고 질퍽거리는 길 위에서 숱한 고뇌와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서만 맑은 밤 청청한 별빛을 만나는 기쁨처럼 그렇게 교육의 성과를 만나고 또 기대할 수 있다.

교육은 다른 말로 치환하면 사랑이다. 고운 마음과 따뜻한 가슴으로 아이들을 만날 때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다. 비록 나이가 어리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자신에게 대하는 마음의 깊이와 태도를 놀랍게도 잘 알아차린다. 선생님의 한마디가 한 아이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꿀 만큼 영향력 또한 지대하다. 어려서 입은 마음의 상처는 아무리 씻으려 해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고스란히 남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불편하고 싸늘하면 아이들의 마음 교육은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따뜻한 마음이 따뜻한 마음을 만들고 사람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고 나아가 행복한 교육도 이루어질 수 있다.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다양한 개성을 지닌 학생들과 생활하며 시달리다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로 지치고 힘들고 휘청거리게 된다. 이런 선생님들에게 몸과 마음을 추스르도록 심리 명상을 비롯해 다양한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학습연구년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선생님들에게 일정한 주기별로 안식년제가 도입되어 건강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고운 마음으로 구김살 없는 고운 춤을 한판 신명나게 추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마중물 역할을 하는 선생님들이 먼저 절대로 행복해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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