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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영업자, 정부의 단비만으로 부족하다

입력 2021.02.23. 14:03 수정 2021.02.23. 14:03
이예지 기자구독
이진국 경제인의창 ㈜에덴뷰 대표·경영학박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 수는 주춤세와 확산세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상으로, 우리 일상은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고 있다.

영업 제한이 한창인 1월, 광주의 한 친구와 통화한 적이 있다. 그는 회사를 퇴직하고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코로나 종식이 보일 것 같아 힘들어도 담담하게 버텨왔지만, 지금은 반복된 집합금지로 "하루에 손님이 한팀도 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서 "월 고정비로 나가는 비용을 매출이 커버할 수 없어 매달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가계 지출은 빚내서 생활해야 할 처지"라고 절규 섞인 비명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코로나 이후 직업별 신종 코로나 사태로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자영업(79.4%)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2천700만명) 중 현재 일하는 네 사람 중 한 명은 자영업자(650만명)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계속되는 영업 제한으로 '생존 임계점'에 도달한 전국의 음식점, 헬스클럽, 당구장, 독서실, PC방 등 자영업자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우리가 K-방역 최대 피해자'라며 비대위를 발족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새롭게 상대해야 할 단체가 등장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 실제 피해에 비례해 선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와 국회에서는 더욱더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는 영업 손실 보상제를 모색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지원금만 주는 게 아닌 자영업자가 버틸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미 버틸 만큼 버틴' 자영업자들이 더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골목상권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자영업자의 붕괴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기반을 흔드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영업자들에게 지원금 100만원, 200만원을 정책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경세제민' 측면에서 합당하고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조치일 수 있지만, 이는 위로금 차원이지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다. 독일 등은 감염병 예방 관련 법을 통해 정부 봉쇄로 피해를 입을 대상자에 대한 보상을 어느 정도로 할지가 사전에 규정돼 있다. 메르켈 정부는 영업 중단 영업자에 최대 5만 유로(6천700만원)를 보상했다. 물론 직접 지원해야 할 자영업자 인원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독일의 경우 전체 경제 규모에서 적다.

코로나 장기화와 4차 대유행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면 봉쇄를 단행해도 서민 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경제적 피해를 감내할 만한 재정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는 보상 관련 문구가 전혀 없기에 법·제도 정비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에 자영업자들에게 인디언 기우제처럼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천수답으로 내몰며 희생을 감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함께 방역 사각지대를 줄이고 방역수칙과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영업자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영업시간을 선택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현재로선 더 효과적인 지원책일 수 있다.

지난 15일 광주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1.5단계로 조정되며 영업 시간 제한 조치가 완화됐다. 그 친구와 어제 다시 한 번 통화하게 됐다. "코로나 이전의 매출에 가깝게 회복되고 있다"라며 지난 1월의 벼랑 끝 목소리와는 다른, 조금은 밝아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유지되고 있으며 여전히 수도권 지역의 거리두기 제한조치는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가혹한 코로나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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