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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방치' 아동 학대땐 즉시 분리···왜 정인이는 달랐나

입력 2021.02.25. 16:02
아이 '야산 방치' 사건…신고 즉시 분리조치
대부분의 학대 가정은 경제적으로 취약해
중산층·입양가정…'긍정적 편견' 작용 여지
잘못 있지만 상담원 부족 등 시스템 탓도
[양평=뉴시스]김선웅 기자 =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인이'의 사진과 선물이 놓여있다. 2021.02.1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신재현 수습기자 = 지난해 여름 초등학생 아이 둘을 나체로 야산에 방치한 40대 어머니가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징역형이 확정된 가운데, 해당 사건은 '정인이 부실대응' 논란이 일었던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강서아보전)이 현장 출동 및 사후관리를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강서아보전은 정인이 사건 부실대응 논란으로 고발까지 당했는데, 이 사건에서는 경찰과 함께 아이와 어머니를 즉시 분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슷한 시기에 신고가 접수된 두 사건의 처리가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5월25일 강서아보전에는 정인이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또 그로부터 약 한달이 지난 6월20일께 40대 여성 A씨가 8세와 9세 아이들을 나체로 야산에 방치했다는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같은 달 25일에는 두번째 정인이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불과 한 달 사이 접수된 두 사건의 대응은 확연히 달랐다.

정인이 입양부모와 달리 A씨는 신고가 접수된 직후 아이들과 바로 분리됐다. 강서아보전 측은 "그날 바로 분리가 됐고, 절차에 따라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의 경우 사건 당일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까지 신청됐고, 얼마 뒤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A씨 수사는 아이들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진행됐고, 경찰은 지난해 8월7일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에게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고, 지난달 20일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찰과 A씨 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긍정적 편견'이 합리적 판단 막았을 수도" 강서아보전이나 경찰이 이 사건과 달리 정인이를 즉시 분리조치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양가정에 대한 '긍정적 편견'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나 방임 케이스를 보면 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한부모 가정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정인이 입양 가정은 달라 보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리조치는 가정환경, 부모와 아이 관계, 아이 의견 등을 고려해 경찰과 아보전이 결정한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16개월 입양 아동 '정인이'를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양어머니가 지난해 11월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11.19. dadazon@newsis.com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가정인 정인이 부모에 대해 긍정적 편견이 있었을 수 있다"고 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정인이 같은 경우 번듯한 중산층 부모로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리조치가 강제적 개입인 만큼 무혐의가 나왔을 때의 부담감도 있다. 신고를 받고 갔을 때 집을 침범했다는 등 부모들이 고소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던 A씨 자녀와 달리 지난해 5~6월께 정인이는 피해를 표현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외상도 적어 판단이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정재훈 교수는 "적극적으로 개입할지는 전문적인 판단의 영역"이라며 "현장에 나간 상담사의 전문성도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책임 묻기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문제도 고려돼야 이처럼 현장에서의 어려움, 전문성 결여 등이 정인이 사건 같은 비극을 낳을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강조한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담당 기관 잘못이 분명히 있지만, 기관을 향한 비난이 시스템 부재라는 더 큰 문제를 덮는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국내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상담원의 수나 시설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아동학대 상담원 1명이 2019년 한 해 동안 맡은 상담 사례는 64건에 달했다.

정익중 교수는 "미국은 상담원 1인당 12~17건 정도인데, 우리가 이보다 3~5배 많은 것"이라며 "정인이 사건 이후 신고도 늘었는데, 상담원 수는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실수도 나올 것이고, 상담원이 비난받고 일을 그만두는 악순환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입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양부가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01.13. park7691@newsis.com

2019년 전체 상담원 수는 933명이었는데, 이직한 상담원은 266명으로 조사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분리된 아이들이 머물 공간의 부재다. 2018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는 2만4604건에 달했고, 아이들이 분리조치된 경우는 3287건이었다. 하지만 2018년 12월 기준 분리 보호를 위한 시설은 보호치료시설과 일시보호시설을 모두 합쳐 23개에 불과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지난해 3월을 기준으로도 72개소가 전부다.

정인이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되면 부모와 아이를 즉시 분리하고, 아동학대살해죄 신설 등 대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분리 뒤에 인프라가 안 돼 있어 결국은 아이가 다시 (학대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을 바꾸는 후속 작업이 뒤따라야 하고, 피해아동쉼터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급격하게 많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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