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바로가기 열기 섹션 바로가기 열기

사랑방뉴스룸

MY 알림

신규 알림
무등일보

현대미술 거장이 전하는 위로

입력 2021.03.03. 16:54 수정 2021.03.03. 16:54
김혜진 기자구독
시립미술관 리암 길릭 '워크 라이트 이펙트'
아시아 최초 미술관 규모 전시
2019년 광주 방문해 신작 작업
도시 야경 연상케 하는 화려함
지역 역사적 맥락 짚는 작품도
시립미술관 리암길릭전 전시 풍경

"관객이 100명이면 100개의 해석이 있으면 좋겠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미술관 규모의 개인전을 열고 있는 리암 길릭의 평소 작업관이다. 세계적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인만큼 어렵진 않을지 지레 겁먹을 수 있다. 그러나 미술을, 리암 길릭을 알지 못해도 당신이 느낀 그것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답을 정해놓지 않고, 작품을 위해 소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의 작품에 쓰이는 재료들도 우리들의 일상 곳곳에 있는 것들이다.

'눈 속의 공장(Factories in the Snow)'

특히 이번 전시는 지난 2019년 가을, 리암 길릭이 광주를 찾아 여러 리서치 후 만든 작품들이다. 한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그가 광주에 와서 받은 인상이나 분위기, 또 광주의 역사성이나 도시특성을 반영해 만든 대표 유형의 신작들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불빛과 피아노 소리가 반긴다. 조명 사용을 최대한으로 줄여 어두운 전시장을 소리와 빛으로 가득 채웠다.

실제 영국에서 실내 조명으로 많이 쓰인다는 조명이 입구 천장에서 파도와 같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인간의 행복을 계산하는 공식'이 초록, 빨강의 네온사인으로 표현돼 공간을 메운다.

'Gwangju Kiosk of Mind'

언뜻 외국 도시의 밤 풍경을 보는 듯도 하다. 작가는 실제로 이번 전시 자체를 하나의 추상 작품이라 생각하고 '도시가 꾸는 꿈'이라는 주제 아래 전시관을 꾸몄다.

1층 가운데에는 하나의 큐브 공간이 있다. 작품을 설치하는 벽이 되기도 하고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하는 이 큐브는 천장이 없고 앞쪽 벽은 유리 등 그 어느 것으로도 가려져 있지 않다.

제도권 밖의 건축을 통해 새로운 상상들이 생겨나도록 하는 공간이다. 1층 큐브 안에는 건축물의 중심 재료가 아닌 부차적 재료로 만든 작품이 걸려있기도 하다.

리암 길릭

2층으로 올라가면 또다른 큐브 안에 있는 피아노를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소리의 주인공이다. 피아노 위로는 검은 눈이 내리는데 계속해서 연주되고 있는 이 단순한 멜로디는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Grandola Vila Morena)'의 것이다. 1974년 군사정부에 대항하는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의 신호탄이 된 곡이다. 광주의 역사적 맥락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리암 길릭이 광주에 보내는 헌정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리암 길릭은 전시관 뿐만 아니라 미술관 1층 전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1층 로비 유리벽에는 여러 텍스트들이 나열돼 있다. 이 텍스트들은 실제 업무 용어들로 만든 일종의 시(詩)이다. 수많은 업무용어에 쌓여 일과 쉼의 균형이 깨져가는 세태를 표현한 패러디다.

로비 안에는 물결치는 모양의 알록달록한 벤치를 둬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중심 요소가 아닌 주변적 요소가 경험과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개념이 스며있는 작품이다. 미술관에서의 기억이, 대단한 작품이 아닌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북라운지에는 '마음의 키오스크'라는 작품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유리벽에 시트지로 작업된 이 작품은 키오스크(임시판매대)를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마주친다는 점에서 매개의 공간으로 해석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유리벽으로 중외공원의 풍경과 미술관의 내부를 매개하는 북라운지의 공간성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팬데믹이 길어지며 많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며 "지친 시민들에게 이 전시가 명상을 통한 치유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본 광주가 광주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궁금하다'는 현대미술 거장 리암 길릭의 이번 전시 '워크 라이프 이펙트(The Work Life Effect)'는 6월 27일까지 진행된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0/300

    랭킹뉴스더보기

    전체보기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