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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네를 돌아 다니던 강아지처럼

입력 2021.03.09. 21:06 수정 2021.03.09. 21:10
도철 기자구독
김현주 교단칼럼 광주인성고 교사

3월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왔다. 새학년 새학기 준비로 교사와 학생들만 바쁜 것은 아니다. 교정에 목련과 개나리, 수선화도 분주한 시절이다. 작년 6월 3일 첫 등교를 했던 고등학교 1학년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올해 비록 2/3 등교이기는 하나 3월 등교가 가능해진 것은 사회가 조금씩 코로나19에 대해 대응과 준비를 해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학교 현장은 격주나 격일로 이어지는 원격 수업에 힘겨움을 겪고 있다. 뜻하지 않은 재앙 앞에서 혼란을 겪으며 흘러간 2020년을 반복할 수 없다는 것은 교육 현장 구성원들 모두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새내기 고등학생들을 맞으며 학급 운영에서 자치를 강조했다. 경기도 한 선생님께서 해오신 학급 부서 편성을 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부서는 이렇다. 청소기획부, 지각부, 걷기부, 알림부, 책읽기부, 공부부, 행복부 등 부서 이름을 보면서 아이들은 대충 그 역할을 짐작했지만 부서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후 아이들은 칠판에 적어 놓은 이 부서 이름 밑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고 쏠림이 있는 부서는 인원의 조절을 거쳐 각 부서가 3-4인 정도가 되도록 했다. 청소기획부는 학급의 청소구역을 스스로 나누어 보고 필요한 인원을 정해 아이들의 신청을 받아 학급 청소를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했다.

걷기부는 학년 초 이루어지는 각종 조사지를 역할을 나누어 걷었으며 학급 출석부를 이동 수업에 지니고 다니겠다고 스스로 나서기도 했다. 알림부는 학생들의 코로나19 관련 자가진단을 매일 단톡방에 알렸고, 책읽기부는 아침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며, 행복부는 아이들의 생일을 파악하고 있으며 학급이나 학교에 건의하고 싶은 불편 사항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별도의 소통창을 만들었다. 여러 시행 착오를 겪겠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학급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작게는 학급의 주인으로 설 것이고 크게는 민주 시민의 자질을 조금씩 키워가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다.

전에 한 모임에서 친구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돌아다니는 동네 강아지가 집안에 묶여 있는 명견보다 낫다고. 학교는 아이들이 어떻게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경험은 멀리 있지 않고 학교와 학급 안에서 아이들의 공동체 생활을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기회를 부여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데서 경험의 장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사람들의 인성이란 자질도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의 폭만큼 형성된다고 본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있어야 관념 속에 존재하는 가치과 삶의 가치로 배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올해 1학기 체험활동 대부분이 취소 됐다. 과거 학년별 학급별 교외 활동이나 체육 행사, 수학 여행이나 수련회 모두가 2학기로 연기되거나 아주 없애버리기도 한 것으로 안다. 없애는 것이 일처리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교육적이지는 않다. 새로운 일상의 형식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대안으로써의 교육활동이 고민돼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수학 여행에서 여행이 장소로의 여행은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을 향한 여행도 있고 타인을 향한 여행도, 광주의 역사를 향한 여행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환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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