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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폐와 돈

입력 2021.03.29. 10:14 수정 2021.03.29. 20:13
이예지 기자구독
류승원 경제인의창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경제학자 카를 멩거(Carl Menger)는 "화폐는 물물교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발명품"이라고 했다. 초기 선사시대부터 나라마다 고유한 역사를 가지는 화폐는 무거운 돌부터 가벼운 깃털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게 시작돼 현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형태의 것으로까지 발전했다.

우리는 대개 화폐, 돈, 통화(유통화폐) 등을 큰 구분 없이 사용하는데 화폐는 상품의 가치에 대해 대체 기능을 갖는 교환 수단, 돈은 화폐의 개념을 포함해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가리키는 좀 더 큰 부의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돈이 갖는 힘이 가히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류의 경제 활동을 포함해 현존(現存)을 움직이는 매개가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신화에서 시작해 현대의 문학을 살펴봤을 때 '죄가 있는 곳에 돈이 있고 행운이 있는 곳에 돈이 있다'라는 극단적 설정을 포함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 왕은 금을 통해 탐욕의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고, 성경에서는 유다가 예수를 배반하며 대가로 받은 것이 은 삼십이라고(마26:15) 기술하고 있다.

또한 돈과 관계돼 벌어지는 죄와 사건을 다루는 수많은 문학 작품은 차치하고 요즘 TV 드라마의 갈등 대부분이 돈과 관계돼 있음을 볼 때 그러하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인은 죽은 이가 스틱스강을 건널 때 뱃사공 카론에게 뱃삯을 줄 수 있도록 죽은 이의 입속에 '오볼'이라는 은화를 넣었고, 중국에서는 돌아가신 조상에게 보내기 위해 특별한 종이돈을 정기적으로 태웠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봤을 때 돈은 삶과 죽음까지도 초월하는가 보다.

더불어 동서양의 역사 속에서 화폐의 재미난 기능을 볼 수 있다. 중국은 환자의 머리맡에 주화로 만든 칼을 걸어두면 악령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슬람교도나 힌두교도들은 주화를 부적으로써 몸에 지녔다고 한다.

독일은 은으로 만든 메달이 전염병을 막아준다고 생각했으며 영국 군주는 병에 걸린 국민에게 금화를 하사하는 등 돈이 경제 활동 수단을 넘어 주술적이고 영적인 측면의 성격까지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국과 미국에서는 약혼한 남녀가 사랑의 맹세로 주화를 교환하는 관습도 있었다고 하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화폐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최근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국제원자재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실물경기가 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경기 회복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하게 풀어낸 유동성을 첫째로 손꼽지 않을 수 없다. 자산시장에 몰린 돈, 실물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돈, '현대통화이론'에서는 다른 말을 하지만 화폐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이 염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비교적 안정적이라지만 그래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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