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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비 돌아오는 날에...

입력 2021.03.31. 16:45 수정 2021.04.01. 19:15
김성희 기자구독
주종대 건강칼럼 밝은안과21병원 원장

음력으로 3월 3일은 삼짇날 또는 삼진일(三辰日), 상제(上除), 여자의 날 등의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이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하여 예부터 봄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길한 날로 여겨졌다.

한반도 기후의 특성상 길고도 긴 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따뜻한 봄날의 햇빛과 바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드디어 얼어붙은 땅속에서 흘러나오는 개울 소리가 들려오고 어느 틈인가 산자락과 도로 옆에는 하얗고 붉은 매화와 벚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색의 진달래가 만개하면서 여기저기서 봄꽃을 맞이하는 소식이 들린다.

아침부터 창 너머에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스럽고 목련이 피어있는 나뭇가지에 한 무리의 새들이 날아든다. 처마가 있는 한옥에 제비들이 집을 짓기 위해서 집 안팎으로 수선을 떨자 봄이 왔다고 느꼈다. 강남 갔던 제비의 울음소리와 높이 나는 힘찬 날갯짓으로 2021년 봄의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다음 악장에서는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가 산자락을 지휘하고 팝콘처럼 팡팡 터지는 벚꽃들이 바람을 따라 연주를 시작한다. 무르익은 꽃노래에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고 겨울 동안 무채색으로 가득했던 우리들의 마음에 색을 입히고 있다.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새싹들이 활짝 피어나고 새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봄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코로나로 지쳐있던 마음에 위로를 받았다.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길에 길가 양쪽으로 하얀 터널을 이룬 벚꽃들의 향연을 혼자 오롯이 느꼈다. 돌아온 제비, 따뜻해진 아침 기온,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봄의 아지랑이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꽃망울들의 합창….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뒤로 한 채 우리는 그동안 각자의 생업과 가족의 울타리 안에만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갑자기 사회적 거리두기, 모임 금지, 비대면 접촉 등으로 집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족 공동체가 함께하는 활동 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 바깥 활동하는 시간을 잃어버린 대신에 안에서 얻어지는 소중한 가족 간의 만남으로 새삼 가족애가 무엇인가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부모님과 고등학교 이후부터 같이 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대학 때는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 정도 볼까 말까 했었으며 26살에 부모님 곁을 떠나서 12년 뒤에나 부모님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부모님은 1년에 한두 번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나이가 들어 내 과거 생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우리 가정 또한 두 자녀가 어린 시절부터 유학 등으로 인해 나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떨어져 지냈다. 아마도 같이 보낸 시간을 다 합쳐도 10개월이 채 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보면 어느새 훌쩍 커있고 또다시 보면 어색한 공기만이 우리를 감쌌다.

그러나 강남에서 제비가 돌아와 집을 짓듯이 아들이 돌아왔고 우리는 짧지만 긴 8개월 동안 함께 생활했다. 이제 제비가 돌아오는 봄날에 다시 아이들이 떠날 예정이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지만 긴 인생에서 아들과 8개월간 같이 있게 해준 코로나에게 새삼 고마움도 느낀다.

나의 제비들을 먼 곳으로 떠나보내면서 나는 우리 가족과의 인연과 사랑을 기억하고 생각하며 계속 그리워할 것 같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아쉽기도 하지만 꽃잎들이 떨어지기에 우리는 또 다른 봄을 기다린다. 다시 제비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나는 여전히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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