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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1세기 효도

입력 2021.04.07. 10:49 수정 2021.04.08. 20:00
김성희 기자구독
서해현 건강칼럼 서광요양병원장

심청이 2021년 대한민국에 산다면 어떻게 했을까? 자신의 생명을 공양미 삼백석과 교환하는 행위가 적절할까? 지금 시대의 효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청은 조선 후기 '효'의 모델이다. 몽은사 공양미 삼백석이 필요한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위해, 심청은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효심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심청을 세상으로 돌려보내고, 심청은 황후가 된다. 심청은 맹인잔치를 베풀어 심봉사를 다시 만나고, 심봉사가 눈을 번쩍 뜨는 기적이 일어난다.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심청전에는 '효'에 대한 19세기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당대의 민중은 공양미 300석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친 희생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20세기 중반에 태어나 19세기 이념 아래 20세기의 교육을 받고 21세기를 살고 있다. 어릴 때 가정과 학교에서 최고의 가치로 교육받은 효도. 그러나 지금, 과연 무엇이 최선인지 확실하지 않다. 지금까지 '효'에 대한 생각이 여러 번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또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모와 자식 부양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식을 향해서는 부양받을 기대를 접었다. 부모를 모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식도 모시고 살 운명이다. 퇴직금 또는 마지막 남은 집 한 채. 자식 때문에 날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필자의 지인은 효자이다. 그는 학생 때 탁월한 성적으로 부모를 기쁘게 했다. 학교를 졸업하여 직장인이 되고, 퇴직 후 사업을 시작하였다. 시대를 잘 만나 일찍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부모님 나이 80세를 지나 건강이 악화되자, 두 분을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가까운 곳으로 모셔 매일 치료받을 수 있게 하였다. 임종이 가까운 일 년여 입원 기간 동안, 가까이에서 돌보았다.

부친의 친구는 항상 그의 아버지를 부러워했다. 그 분은 세상이 부러워하며 존경하는 은퇴한 교장선생님이다. 아들이 셋 있다. 세 아들 모두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과 서울에서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에 사는 자식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옆에 있어서 자주 보고, 아플 때 의지할 수 있는.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21세기북스)에서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를 말한다. 한국인이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두 가지. 맛있는 음식 먹기와 좋은 사람과 대화. 행복은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좋아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장면.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과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필자의 부모님은 연세 육십 중반에 돌아가셨다. 삼십년이 가까워진다. 그때는 내 성공과 출세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부모님께 전화드릴 틈이 없었다. 아니 전화할 생각을 못했다. 이제 더 잘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옆에 계시지 않다.

부모님을 생각한다.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식탁을 같이 하고 싶다. 두 분께서 좋아하시던 닭볶음탕과 병어찜을 요리해서 드리고 싶다. 온 형제가 모여 왁자지껄 흥겹게 음식을 드시면 좋겠다. 환한 미소로 "맛있다, 잘했다" 말씀하시는 칭찬을 듣고 싶다.

21세기 효도는 무엇일까? 부모 생각은 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시대이다. N포 세대에게 효도를 묻는 일이 사치일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구나 효도를 할 수 있다. 부모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효도다. 아무리 속 썩이는 자식이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은 최악의 효자이다.자식은 존재만으로 행복이다. 대단한 성공이 필요하지 않다.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이 효도이다.

주말이면 아들 며느리와 손자들과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손자를 만나는 기쁨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손자를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즐거울까.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은 무엇일까.

부모 가까이 있는 자식이 효자이다. 부모와 시간을 같이 보내자. 대화하고 식사하자. 함께하는 것이 가장 큰 효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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