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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눈으로 본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

입력 2021.04.20. 16:43 수정 2021.04.20. 16:53
김혜진 기자구독
황영성 화백 개인전 '소와 가족이야기'
23일~7월20일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최근 2년여 작업한 80여점 선봬
'흰 소'해 맞아 하얀 소 주로 작업
당시 기억 담아낸 첫 5·18 그림도
황영성 작가

팔순이 훌쩍 넘은 노 화백은 여전히 아침 8시 30분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6시면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세월이 야속하게 흐르며 체력은 예전만큼 못하지만 65년 동안 이어온 작가로서의 삶을 어찌 끊어낼 수 있었을까.

4년 만에 광주에서 여는 그의 개인전만 봐도 '황영성'이라는 사람을 알 수 있게 한다. 큰 전시장을 가득 매운 80여점의 작품들. 작게는 4호부터 크게는 200호가 넘는 작품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200호 이상 대작만 해도 10점 이상이다. 최근 들어 건강이 크게 나빠졌지만 작업은 꾸준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들만 보더라도 몇 개의 작품을 제외하곤 지난해와 올해 작업한 근작들이다. 노 화백은 "코로나19로 작업 밖에 할 수 없었다"고 겸연쩍게 웃어보이지만 이 모든 것은 그의 식지 않은 작가로서의 욕심 덕일테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올해 흰 소의 해를 맞아 흰 소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초가집, 자연, 가족 등 향토적이고 목가적 소재를 가지고 작업해 온 그의 오랜 소재이기도 한 소는 피카소의 사나운 투우나 이중섭의 힘이 느껴지는 소와는 다르다.

황영성 작 '5·18, 40년의 기억(배고픈다리 밑의 이야기)'

황영성 화백은 "소의 눈은 슬퍼보인다. 우리 민족을 대변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일제시대의 핍박, 민족 분단의 아픔과 같은 슬픔의 역사 말이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의 어린시절 가족을 담아낸 작품, 무각사 주지스님 등을 그려넣은 재치 있는 작품, 그의 화면에 자주 등장했던 소재들이 한 곳에 모아진 작품, "나무 도마가 너무 좋아보여" 도마에 그린 노 화백의 장난기 어린 소품들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작품 중 단연 눈길이 가는 것은 그의 긴 화업 인생에서 처음으로 화면을 통해 이야기하는 5·18이다. '5·18, 40년의 기억(배고픈 다리 밑의 이야기)'.

황영성 작 '소와 가족의 역사'

황 화백은 당시 증심사 올라가는 길의 배고픈 다리 인근 아파트에 살며 많은 현장을 목격했는데 이것을 중심으로 그날의 이야기들을 200호가 넘는 캔버스에 담아냈다.

회색조로 그려진 이 작품에는 배고픈 다리에서 어린 학생이 두려움에 떨며 일대를 지키고 있는 모습, 학생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던 인근 주민들, 황 화백이 살던 5층 아파트까지 총알이 날아오던 장면, 분수대 앞 민주대성회, 계엄군과 대치하는 시민 등이 담겼다.

그는 "광주 시민으로서 80년 5월 하면 맺힌 것이 많지만 여태 5·18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적은 없다"며 "그런데 문득 작가로서 한 점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기록적 의미로 40주기였던 지난해 가슴에 묻어뒀던 기억을 토대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황영성 작 '소와 사람들-3'

새로운 작업들을 오랜만의 개인전을 통해 선보인 황 화백은 벌써부터 다음 작업에는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고민 중이다. 이와 함께 내년 그의 화업인생을 돌아보는 서울 전시를 국립 기관, 유명 화랑과 함께 논의 중이다.

"1956년 고등학생 때부터 미술을 시작했어. 그 전부터 미술에 상당히 소질이 있었는데 그 시절에 큰 아들이 미술하겠다는 거 부모님이 반겼겠어? 상당한 내 고집을 부모님이 못 이기셨지. 그렇게 시작한 미술 인생이 벌써 일흔해가 다 돼가네. 오랜 시간 계속 변화하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지. 그게 작가 아니겠어."

황영성 특별 초대전 '소와 가족 이야기'는 23일부터 오는 7월 20일까지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서.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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