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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돈

입력 2021.04.27. 10:00 수정 2021.04.27. 20:03
김승용 기자구독
이운규의 교단칼럼 광주 신용중 교사

교사인 나에게 있어, 학생들이 배움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학습 활동에 열성을 발휘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어떻게 그런 의지와 열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 방법, 바로 경쟁이다. 상품이나 돈을 걸어놓고 학생들을 경쟁시키는 것이다. 학급 담임교사에게는 매년 30만 원 정도의 학급 운영지원비가 지급된다. 이 돈을 아이들 경쟁의 상금으로 내걸 수 있겠다. 경쟁 상금은 일정한 비율로 차등 지급되어야 그 취지에 맞다.

원래는 30명의 학급 학생들에게 1만 원 씩 고르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급된 30만 원을 학생들 등급에 따라 차별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열심히 공부하는 'A' 등급 9명에게는 1만 4천 원 씩 주고, '보통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B' 등급 15명에게는 1만 원을 주며,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C'등급 6명에게는 4천 원 씩 준다.

어떻게 등급을 나눌까? 우선 성적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정한 방법이 아니다. 좋은 성적이 곧 열심히 공부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공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학생이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처음 입학 당시의 성적 편차도 있다. 또 다른 평가 기준으로 교사의 관찰 평가가 있다. 그러나 이 평가는 그 결과에 대한 시비를 감수해야 한다. 학생들을 평가한 교사는 각자에 대한 평가 결과와 그 근거를 모두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 해도 학생들의 의구심과 불만은 남을 것이다.

평가 과정에 선생님의 편애와 편견이 작용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학생들은 항의할 것이고 평가 결과는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모든 학생들을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각자에게 등급을 메기고 또 그에 따라 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기 위한 이러한 평가는, 학생의 공부에 대한 열의를 관찰하여 학업에 대한 열의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의 평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면 교사가 아닌 학생들 스스로 다른 동료 학생들을 평가하게 하면 어떨까? 이 방법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어떤 친구가 나에게 'C' 등급을 주었다면 나는 그 친구에게 찾아가 당장 물어보고 싶을 것이다. 왜? 무슨 근거로 나를 그렇게 평가했느냐고. 학급 아이들 서로가 서로에게 달려가 따지고 들 것이다.

돈 1만 원 때문에 아이들 서로는 서로에게 영원히 기억될 인간적 상처를 주고받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을 나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함께 협력해서 생활하고 공부해야 할 동료들 사이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는 실제로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학생들의 인격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교육의 장에서 이런 비인간적 경쟁의 방법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교육의 현장에, 학생들의 인격적 성장을 책임진 교사들이 이런 비인간적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다.

올해도 교육부는 교원성과상여금이라는 이름으로 교사들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돈을 차등 지급했다. 원래는 모든 교사에게 동등하게 지급해야 할 기본 급여에 속하는 상여금을 빼서 그렇게 했다. 교육부는 잘 모르겠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도저히 그 '성과'에 따라 등급을 나눌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인격적 성장을 의미하는 교육적 성과를 매년 점수로 환산해서 등급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웃긴 일이다. 담임 교사는 담임 교사대로 업무 담당 교사는 업무 담당 교사대로, 국어 교사는 국어 교사대로, 보건 교사는 보건 교사대로 어느 한 직책, 어느 한 교과 교사도 예외 없이 법으로 정해진 시수의 수업을 하고 세세하게 분장된 업무를 수행한다.

도저히 그 성과와 업무 경중을 점수로 측정하여 등급을 나눌 수는 없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올해도 학교에서 교장에게 교사를 평가하게 하고, 동료 교사에게 다른 동료 교사를 평가하게 하여, 강제적으로 등급을 나누어서 보고하도록 했다. 그리고 돈을 차등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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