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째 어수선한 공수처···신뢰회복 '1호수사' 언제쯤?
입력 2021.04.30. 05:01"결국 수사 성과로 모든 게 판명될 것"
[과천=뉴시스]김지훈 하지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0일 출범 100일을 맞이했으나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이다. 1호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고, 검사와 수사관도 계획했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뽑은 검사들도 검찰 출신이 소수라 교육에 시간을 쏟는 실정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출범 논의 단계부터 정치적 성격이 짙었던 데다가 기존 수사기관의 권한을 뺏어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예견된 난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를 내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검·경과 각을 세울 게 아니라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접수된 사건은 966건이다. 유형별로 보면 고소·고발 및 진정이 81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외 인지 통보 124건, 이첩 25건이었다. 사건 관계인별로 보면 검사 관련 사건 408건, 판사 관련 사건 207건으로 집계됐다. 판·검사 관련 사건이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공소시효 임박 여부와 사안의 중요성 등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처리할 사건을 분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1호 사건'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나 아직 1호 수사의 윤곽은 잡히지 않고 있다.
검찰에서 이첩된 이규원 검사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 작성·유출 의혹'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위법 출국 금지 의혹 관련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 사건 등이 주목된다. 시민단체 고발 사건 중에서는 옵티머스 펀드 부실 수사 의혹, 라임 김봉현 검사 술 접대 및 사건 무마 의혹, 부산 엘시티 특혜분양 봐주기 수사 의혹 등도 거론되는 정도다. 모두 검찰을 겨누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공수처의 본격 수사 착수 시기가 늦어지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수사 성과를 내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계 인사는 "수사 관련 규정도 아직 마련이 안 됐고, 불가피하게 수사 경험이 없는 사람을 많이 뽑았기 때문에 그들이 준비할 시간은 필요하다"라며 "당장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는 규모가 크지 않은 조직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검찰 사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공수처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보여준 행태에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올 상반기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재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한두 건이라도 성과가 나와야 이미지 반등의 기회가 올 것"이라며 "독립성과 공정성 등은 결국 수사 성과로 모든 게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영 동아대 교수는 "일단 검찰 비리만 손을 대라. 공수처 출범 이후에 일어났거나 드러난 사건에 대해서만 일단 손을 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 수사기관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법조계 인사는 "검찰을 견제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법원과 검찰의 관계처럼 협조할 건 협조하면서 고위공직자 범죄의 성역 없는 수사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수처가 판·검사 사건과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사건은 기소권을 갖고 있지만 나머지 고위공직자 범죄는 수사만 하고 검찰로 송부하게 된다"라며 "누가 더 상위기관이라고 볼 수 없는 대등한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공수처는 엉성할 수밖에 없어 수사 진행에 있어 검찰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공수처장이 국수본, 그리고 검찰총장을 만나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역할을 분담하면서 상호 조직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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