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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승이 되지 못하고 교사가 되었다

입력 2021.05.11. 13:23 수정 2021.05.11. 20:08
정화희 교단칼럼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고등학교 시절 인연을 계기로 매년 스승의 날이면 인사를 보내오는 제자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제자도 선생님이 되었다. 선생님이 되어 20년 가까이 그리할 때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니 그러지 말라고 해도 1년에 한 번씩 어김이 없다. 민망하기도 하다. 마음을 준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가슴에 담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 데 말이다.

언젠가 광주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스승의 날 사제 동행' 행사가 있었다. 고3 담임 선생님을 모시고 참석하였다. 흐뭇해하시는 은사님께서 넌지시 묻는다. '어떤 점이 그렇게 제일 기억에 남았느냐'고 기대를 하시는 눈치다. 이제 그 제자가 다시 스승이 되어 또 다른 제자에게 은근히 스승이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 스승이 되고 싶은 교사는 오늘도 아이들 등교 발열 확인 지도를 위하여 교문에 선다. 최근 광주 시내 학교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와 바짝 긴장 모드이다. 등교 지도가 끝나는 대로 원격수업을 위하여 컴퓨터를 켠다. 온라인 수업은 표정으로 맥락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다양한 맥락 속에서 우리는 관계를 맺고 서로를 응원하면서 성장한다. 표정은 상대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표정 언어를 통하여 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아이들은 자기를 극복하고 꿈을 향하여 나갈 것이다. 그런데 표정의 교류가 없으니 소통의 부재이다.

인간의 감정 표현 50% 이상이 얼굴 표정을 통하여 전달된다고 한다. 인간은 '거울신경세포'를 통해서 표정 언어를 주고받는다. 거울신경세포는 내 속의 거울에 비친 상대를 자신도 모르게 복제한다. 가족끼리 얼굴이 닮고 친한 친구끼리도 얼굴이 닮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교사의 내면과 인성이 부지불식간 아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처음 원격수업 얼마간은 소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처방을 내본다. 그러나 점점 카메라 각도의 변경 혹은 컴퓨터 환경의 핑계 등을 통하여 소통의 기회는 적어진다. 교사도 점점 그러려니 하고 감정 소모에서 비켜선다. 또 만날 기회가 적으니 아이들의 환경과 성향 파악에 따른 관찰은 더디기만 하다. 돌아보면 이제 그러려니 하는 자신이 문제이다.

곧 40회 스승의 날이다. 감사의 의미와 더불어 교사들에게는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이다. 간혹 졸업한 제자들이 건네주는 전화 한 통화에 기뻐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스승의 날'은 너무 높은 산이다. 아이들과 장난치고 즐거워하며 생활하는 보통의 교사에게는 말이다. 탈모 현상을 보이는 노교사에게 '멋져요', '선생님은 어울려요!' 라고 말해준다. 말 실수, 행동 실수 용납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숱하게 실수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다 알아챈다. 실수를 해도 이해해 준다. 교장 선생님에게 지적이라도 받으면 '힘내세요'라고 응원을 보낸다. 오히려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데 스승이란 호칭은 너무 멀리 있게만 보인다.

같이 보낸 1년이 아이들 인생에서는 큰 영향을 미칠 텐데 때로는 편하자고 핑계를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모른 척한다. 교사의 사랑이 더 크면 스승이고, 아이들의 사랑이 더 크면 교사 정도라고 해야 할까! 새롭게 다짐한다. 건성으로 대하지 말 것! '스승은 못되어도 좋은 교사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졸업하고 '선생님, 치킨 먹고 싶어요!'하고 전화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서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인생사 제일 중요한 만남 사제지간(師弟之間)이다. 그 만남이 빛날 수 있도록 마음을 더 열어주는 것, 원격수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휴대폰으로 게임만 한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게임도 배워보며 함께 하는 스승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 하루만큼은 스승이라는 이름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사방이 초록인 5월, 아이들만큼이나 싱그럽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을 가슴에 담는다. 그리고 아이들과 더불어 보람과 즐거움으로 생활하시는 선생님들께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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