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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두환 없는 전두환 재판, 조작된 자료 뒤에 숨겨진 진실 찾기

입력 2021.05.21. 13:11 수정 2021.05.23. 20:01
도철원 기자구독
김정호 아침시평 변호사
김정호 변호사

41년 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은 총칼을 앞세운 군사쿠데타로 우리나라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유린하였다. 41년이 지난 현재도 전두환은 왜곡의 집대성판인 전두환 회고록을 통한 역사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

전두환은 전두환 회고록 관련 민사재판에는 당연히 출석하지 않고 있다. 형사 피고인으로서 출석의무가 있는 형사재판에서도 2년 6개월 동안 장기간 진행된 1심 과정에서 단 세 번만 출석했고, 항소심 재판에는 아예 출석하지 않고 있다. 전두환 없는 전두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전두환이 세 번 출석했던 법정풍경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와 입장이 뒤바뀐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두환은 법정에서 시민들이 힘겹게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며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출석하지도 않고 변호인을 통해 재판을 받고 있다. 반면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에도 절제를 강요받으며 사법적 단죄만을 바라며 침묵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전두환의 후안무치한 태도는 가해자의 가장 나쁜 모습이고 피해자에게 가장 가혹한 모습이어서 민주주의 역설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5·18 피해자들과 광주시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화해와 용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화해와 용서의 전제조건이 가해자의 진실에 근거한 반성과 사죄라고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고 사죄를 하지 않으니 피해자들로서는 용서를 하고 싶어도 용서할 수 없는 기막힌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그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을 것이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현직 부장판사는 법률신문(2018. 3. 5.자)'떨리는 지남철'이라는 법조칼럼에서, 고 민영규교수의'예루살렘 입성기'에 나오는 떨리는 지남철을 인용하면서 법관과 재판의 역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법관의 역할이 날로 증대하여 오늘날에는 법관들이 재판을 통하여 다양한 사회 분쟁에 대하여 우리사회가 나아갈 바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는 사실과 이와 같은 법관들이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상황 하에서 법관들이 주변의 상황 변화나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한편 다양한 요구의 목소리들을 경청하면서 늘 연구하고 고민하고 사색하면서 바늘 끝을 떨어야만 나침반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고 따라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두환에 대한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이야말로 법관이 재판을 통해 우리사회가 나아갈 바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여야 하는 사건이다. 그리고 이 재판에 관여하는 이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실체진실을 발견하고 입증하기 위한 여윈 바늘 끝을 멈추지 않았고, 그래서 그 바늘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을 상황이길 희망하고 있다. 전두환 재판은 전두환이 최고 권력자였고 그를 정점으로 하는 관련자들의 실체진실을 숨겨 왔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조건에서 진실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문제되는 경우 당시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국가권력의 집권세력이 가해자이기 때문에 그 진상규명에 이르는 과정이 일반적인 형사사건에 비하여 어려운 한계가 있다. 가해자가 국가권력 그 자체이거나 국가권력의 주요 구성원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처벌가능성이 있는 공적인 기록이나 자료 등 주요한 증거들을 은폐하거나 조작하였기 때문이다.'조작된 자료' 뒤에 숨겨진'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두환 재판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라고 할 것이다. 전두환은 2017년 4월 역사를 왜곡할 나쁜 의도로 회고록을 출판하였다. 그러나 전두환의 나쁜 의도와 달리 오히려 전두환이 끝까지 부인한 덕분에 그동안 은폐되어 있던 증거와 진실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햇빛을 보게 된 측면이 있다. 역사왜곡을 의도한 전두환 회고록이 오히려 5·18 진상규명의 계기이자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에밀 졸라는 프랑스 국방부 등 국가권력에 의하여 진실이 은폐된 '드레퓌스 사건'에 격분하면서도 그 글 속에는 폭력성이나 과격성이 없고 오로지 올곧은 이성의 결정체였다고 전해지고 있다.'진실을 가두고 땅에 매장해도, 그것은 싹이 트고, 마침내 거대한 초목으로 자라난다'는 그의 말이 전두환 재판 현실의 법정에서, 상식과 정의가 확인되고 사필귀정의 결론으로 구현되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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