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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재생

입력 2021.06.15. 10:30 수정 2021.06.15. 19:30
김승용 기자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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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약 십 여년 전 '도시재생'이란 용어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갑툭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갑툭튀'지만, 도시재개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다가 해외 사례와 국내 적용 가능성을 고심하다가 내린 결론이었다. 이전의 재개발은 거의 전면적으로 철거하고 다시 공간을 새로 구성하는 방식이었다. 쉬운 말로 저층 주거지를 싹 밀고, 중고층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 방식은 수십 년간 그곳에 거주하는 원주민을 떠나게 했고, 공동체 붕괴, 부동산 투기 등 많은 문제를 만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주민들이 그곳에 그대로 살면서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식이 고려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도시재생'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주로 고령자가 많고, 노후 건축물이 많으며, 일자리가 없는 지역을 '쇠퇴지역'으로 설정하고 가장 심각한 곳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이나 지금까지 도시재생사업이 변함없이 초지일관 하는 일이 있다. 문화, 예술, 교육과 접목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한다. 공원이나 커뮤니티 센터와 같은 공공공간도 지어 주민이 함께 모이는 시설도 만든다. 전국의 도시재생사업지역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같은 패턴의 사업이 주를 이룬다.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기반형은 약간 다르지만, 컨텐츠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도시재생이 주민의 근본적인 필요를 다 채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쇠퇴지역'은 주로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있다. 과거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원도심을 중심으로 건축허가도 제대로 받지 않고 일단 살기 위해서 대충 지어진 집들이 많다. 30년 이상의 오래된 건축물도 많지만, 대부분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건축물이다.

최근에 기후위기가 대두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폭염, 홍수, 한파와 같은 재난재해의 발생빈도가 높아졌고, 강도도 강해졌다. 도시재생이 고민해야 할 영역이 더 넓어졌고 개선을 요구하지만, 현장에서는 법제도와 중앙정부의 지침 등의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게다가 정작 도시재생사업에서 재난재해의 대응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비용이 많이 드는 단열공사는 고사하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의 복사열을 피하려면 지붕이나 건물 벽체에 열차단 도료를 바르는 '쿨루프' 시공이라도 해야 하지만, 광주의 도시재생사업지역에서 이러한 시공이나 논의 자체가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작년 폭우에 침수된 지역 중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는 곳도 3곳이나 된다. 침수가 예상된 지역에서는 빗물이 땅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도로를 설계해야 하지만, 그저 멋진 그림이 그려진 불투수 포장만 했을 뿐이다.

당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원도심은 특히 건물과 도로가 온통 콘크리트로 덮혀 있어 물이 땅 속에 스며들 틈이 없다. 올 여름 홍수로 인한 침수를 예방하려면 빗물이 땅에 떨어지면 그대로 흡수되도록 저영향개발(LID) 기법이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적극 시도되어야 한다.

그린 리모델링도 적극 시행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침이 장벽이라면 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시범사업이라도 해야 한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건축물을 만들고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드는 집으로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도시형 태양광 발전소도 세워 주민의 소득원을 보장해 보자. 고령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공간에 '기본소득'처럼 햇빛 발전의 소득이 주어지면 자연스레 공동체를 유지하는 마중물도 된다. 도시재생사업이 끝나고 사후관리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제는 외형만 보기 좋은 도시재생이 아닌 그곳에 사는 주민이 편하고 행복한 도시재생이 되어야 한다. 당장 집을 그린 리모델링 하는 방법이 최선의 방안이다. 또 하나 물순환을 고려한 도로와 골목길 개선도 기후재난을 대응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햇빛 발전을 통한 공동체의 기본소득 보장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주민의 진정한 필요를 채워주는 도시재생. 이렇게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한 광주가 또 하나의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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