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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세월호 참사 7년, '안전불감증' 인재 여전···"실천·변혁 절실"

입력 2021.07.22. 09:35
두 달새 잇단 붕괴 참사, 건설현장 불법 관행·무관심 속 '인재'
'관리·감독 부실' 토목공사 탓, 산사태 매몰 참변 매년 되풀이
여수 탁송차 사고도 '안전 경시'…"의식·제도 근본 변화 시급"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한 주택 철거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져 정차중인 시내버스를 덮쳤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2021.06.09.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세월호 참사 발생 7년이 지났지만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으며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두 달 간격으로 발생한 노후 한옥 개축공사 매몰 사고와 광주 학동 재개발정비구역 붕괴 참사는 오랜 관행과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 건축 현장 안전의 민낯을 드러냈다.

매년 여름 집중호우 때마다 반복되는 산사태 참변도 재난 대비에 소홀한 토목 공사 탓인 것으로 밝혀지는가 하면, 여수 탁송차량 추돌 사고 역시 만연한 안전 경시 풍조를 여실히 보여줬다.

해이한 안전인식을 다잡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땜질 처방을 뛰어넘는 제도·체계 완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광주·전남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참사의 발단이 된 철거 공정은 총체적 안전 관리·감독 부실 속에서 막무가내로 강행됐던 정황이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부실 날림 철거의 배경으로 꼽히는 건설업계에 뿌리 깊은 불법 재하도급 관행, 있으나 마나 한 감리 제도, 행정당국의 방기·태만, '복마전' 청탁 비위 등도 하나 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참사와 관련해 직·간접적인 책임이 드러나 입건된 이는 23명이다. 이 중 굴착기 기사와 공정 감독을 도맡은 하청사 2곳 현장소장, 감리자, 철거업체 선정 개입 브로커 등 5명이 구속됐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4일 오후 4시20분께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주택 개축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 더미에 작업자 4명이 매몰, 소방당국의 구조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2021.04.04. wisdom21@newsis.com

앞서 지난 4월4일에는 광주 동구 계림동 주택 개축 현장에서 노후 목조 한옥 건축물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대수선 공사' 도중 붕괴가 발생, 인부 등이 매몰돼 2명이 숨지고 2명 다쳤다.

경찰과 국토안전관리원은 ▲건축 법령을 위반한 임의 공사 ▲수평 하중 등 구조 변화 고려 부족 ▲안전 조치·현장 관리 미흡 등에 의한 '인재'로 결론 내렸다.

불과 두 달 사이 4㎞ 떨어진 건축 현장서 잇따라 발생한 두 참극 모두 '안전 불감증'이 낳은 후진국형 재난으로 꼽힌다.

[곡성=뉴시스] 류형근 기자 = 8일 오전 전남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 산사태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이 토사에 매몰된 실종자 구조작업을 하고있다. 전날 오후 8시29분께 마을 뒷편의 야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4가구를 덮쳐 3명이 숨졌으며 2명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0.08.08. hgryu77@newsis.com

지난해부터 잇따른 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도 결코 '자연 재난'이 아니었다.

지난해 8월7일 오후 8시29분께 곡성군 오산면 국도 15호선 확장공사 현장 인근 성덕마을 뒤편 야산 일부가 폭우로 무너져 주민 5명이 숨졌다.

경찰은 인접한 국도 15호선 확장 공사 현장에서 안전 관리 소홀로 발생한 인재(人災)로 잠정 결론 내리고, 시공·감리업체 관계자 발주처 공무원 등 9명을 검찰에 넘겼다.

당시 시공사는 비탈면 안전 검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폭우 대비 방수포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업체도 주변 산사태 위험 요인을 확인 못했고 발주처도 감독을 허술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양=뉴시스]류형근 기자 = 6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 마을 경사면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주택 등을 덮쳐 1명이 사망한 가운데 119 등이 추가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7.06. hgryu77@newsis.com

소중한 인명을 또 한 번 잃었지만, 올 여름에도 '쌍둥이' 꼴 산사태 참변은 또 발생했다.

이달 6일 오전 6시4분께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 한 마을 동산의 흙·석축이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져 내리면서 주택 2채, 창고 3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흙·잔해 더미에 깔린 80대 주민이 매몰, 9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무너진 산 중턱에서 지난 2019년 4월부터 전원주택 건립 터 닦기 공사 중이었고, 토사 유실 방지 시설물과 물 빠짐 배관이 설치되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공사장 절개지 쪽 토사·석축이 허술하게 관리된 것이 산사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공사업체 압수수색·감식 등을 통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양 산사태 역시 주민들이 지난 1년간 3차례나 안전 감독 민원을 제기했던 만큼, 다른 인재와 마찬가지로 예견하고 예방할 수 있었다.

[여수=뉴시스]김혜인 기자 = 20일 오전 전남 여수시 서교동 한재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차량 탑송 트레일러가 보행자 10여 명을 들이 받아 소방당국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여수 소방 제공) 2021.07.20.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여수 탁송차 연쇄 추돌 사고도 고삐 풀린 안전 의식과 법 위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8시 56분께 여수시 서교동 한재사거리에서 5.3t 탁송차(트레일러)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들과 신호 대기 중인 차량들을 잇따라 들이받아 3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는 화물량을 늘릴 목적으로 지입한 탁송차 적재 공간을 불법으로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적재돼 있던 승용차 1대가 떨어진 점으로 미뤄 고박(화물 고정) 부실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으나, 운전자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국가 건설에 대한 염원은 커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의식과 제도·체계는 아직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공허한 구호가 아닌 실천과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안전 사회를 위해 진정성, 전문성,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민·관 모두 생명의 소중함과 안전 경각심에 대해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재난 안전을 위한 법령·제도·체계에도 전문성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참사가 나면 여론은 잠깐 관심 갖다 시들해진다. 재난 안전 정책·행정도 공무원 순환 보직에 따라 '새 판 잡이'가 되고 있어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안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일관성 있는 재난 대응 행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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