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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일보

<칼럼> 시험과 교육

입력 2021.07.27. 10:19 수정 2021.07.27. 19:29
이운규의 교단칼럼 광주 신용중 교사

다음 두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보자.

A 학교에서 일어난 일 : 학생들이 모두 과학 시험을 보았다. 시험 문제지는 모두 4장이다. 그런데 그 중 한 장을 배부 받지 못한 학생이 생기고 말았다. 전체 학생 130명 중에 한 명의 학생이 이 시험지에 인쇄된 4문제를 풀지 못한 것이다. 시험지를 배부하는 교사의 실수로 그렇게 된 것인데, 교사와 학생은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B 학교에서 일어난 일 : 학생들이 모두 수학 시험을 보았다. 학생들은 각자 시험문제를 풀고 나서 교사에게 답안지를 제출하였다. 교사가 답안지를 채점한 결과 학생마다 서로 다른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채점을 끝낸 교사가 한 학생의 점수를 올려주었다. 교사가 그 학생의 점수를 올려주게 된 것은 그 학생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평소 수학 수업 시간에 매번 지각을 하고 졸기일수인 학생을 교사가 교무실로 불러서 앞으로 수업에 지각을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졸지 않으면 점수를 올려주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다.

이 두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은 문제가 될까? 문제가 된다면 어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더 큰 문제가 될까? 실수로 4문항이 적힌 시험지를 나눠주지 못한 교사와 시험 점수를 약속대로 올려준 교사 둘 다 문제가 된다면 누가 더 큰 문제가 될까?

이 일이 발생한 후 벌어진 실제 상황은 다음과 같다.

A 학교에서는 시험이 끝난 후 곧바로 문제지를 받지 못한 학생과 그 부모의 항의를 받았다. 그리고 학교는 그 학생에게 배부되지 못한 문제지의 시험을 취소하고 전체 13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결정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재시험을 보게 된 다른 129명의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교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시험에서 4문항의 문제를 다 맞힌 학생이 재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틀리게 되면 그것은 아주 억울한 일이 된다는 것이다.

B 학교에서 점수를 올려준 교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일을 알게 된 그 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반응하였을까? 실제 일어난 일은 한마디로 무반응이었다. 점수를 올려준 교사에게 누가 뭐라 한 사람도 없었고, 그것을 알게 된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 중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 학생의 점수는 그 학생의 점수일 뿐 다른 학생이나 다른 학생의 부모가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교사의 처사는 그 학생의 성취를 나름의 판단 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점수를 부여한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이미 눈치를 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A 학교는 한국의 학교이고, B 학교는 다른 나라 학교이다. A 학교의 일은 실제로 문제가 커져서 언론 보도까지 되었다. 그리고 B 학교의 일은 '독일교육 이야기'라는 책에 담긴 경험담이다. 이 두 학교의 상반된 반응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렇게 상반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두 학교에서 학생들이 치른 '시험'이 지닌 서로 다른 성격 때문이다. A 학교, 즉 한국 학교에서 학교 시험은 아이들의 성적, 특히 등수를 산출하기 위한 시험이다. 그러나 B 학교, 즉 독일 학교에서 학교 시험은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 즉 다음 단계 공부를 위한 피드백을 위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 학교의 시험은 학생들을 석차 순으로 줄 세우기 위한 것이고, 독일 학교의 시험은 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것이다.

다음과 같은 한 문장의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이제라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한국의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로 반영하는 나라는 OECD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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