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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 모아 세운 '광주 1호 육교' 52년만에 철거

입력 2021.08.05. 10:39
김혜인 기자구독
중앙육교, 안전 사고·이용 제약·노후화 7일 철거
행정당국 횡단보도·육교역사 담은 안내문 설치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5일 오전 광주 동구 궁동 중앙육교에 '철거공사'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육교는 광주 최초의 보행자 육교로 52년 만에 철거된다. 2021.08.05.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광주 최초로 세워진 보행자 육교가 5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어린 학생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시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만든 사연 깊은 육교인 만큼, 철거 뒤 관련 이야기를 담은 안내문과 표지석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동구 궁동 중앙초등학교 인근에 설치된 중앙육교가 오는 7일 철거된다. 광주 최초 보행자 육교로 알려진 중앙육교는 길이 17m, 폭 3.4m, 높이 4.3m 크기로, 지난 1969년 준공됐다.

그해 4월 한 여학생이 중앙초교 앞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뒤 지역신문에 육교 설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기사가 연이어 실렸다.

언론 보도를 시작으로, 시민들은 무단횡단을 막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사랑의 육교'를 세우자며 호주머니를 털어 십시일반 모금운동을 펼쳤다. 육교는 그렇게 사고 발생 5개월 만에 지금의 모습으로 건립됐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와 구조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보도폭이 협조한데다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장애인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 이용하는 데 크고작은 제약이 뒤따랐다.

관할 동구청은 고심 끝에 지난 5~7월 주민 설문조사에 나섰고, 다수 의견에 따라 중앙육교 철거·횡단보도 설치를 최종 결정했다.

동구청은 사업비 8000만 원을 들여 오는 7일 오후 11시 30분부터 8일 오전 5시30분까지 야간공사를 통해 중앙육교를 철거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중앙육교 인근 도로(한미쇼핑사거리~장동로타리)는 통행이 제한된다.

시민들은 지역민들의 정성과 추억이 담긴 시설물인 만큼 철거 후 안내문구나 스토리 표지석 등을 통해 육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인근 주민 한모(62·여)씨는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당시엔 광주 최초의 보행자 육교라 시민들이 애용하고, 관심도 많았다"며 "역사와 사연이 담긴 특별한 육교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는 설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의 거리에서 화방을 운영하는 김모(67)씨는 "대형 화물차들이 지나 가다 육교를 충격하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라 철거가 불가피했다"면서도 "시민들의 정성이 담긴 만큼 육교 철거 뒤 관련 역사를 소개하는 문구 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중앙육교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보강해 안내판을 만들고, 밑둥 4개를 남겨 의자로 활용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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