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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복, 최소한의 경제·사회활동 가능해진 것"

입력 2021.10.07. 09:47 수정 2021.10.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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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길을 묻다] 문승현 전 GIST 총장 인터뷰
감염우려 등 위험요소 상존 여전
코로나, 디지털 전환 가속화시켜
빅데이터AI 등 탄탄한 기반 필요
전남, 탄소중립 도전·기회 노려야
광주, AI 인프라 구축에 역량 결집
무등일보가 창간 33주년을 맞아 지난 30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문승현 전 GIST 총장과 인터뷰를 갖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 전환, 탄소중립, 메타버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무등일보가 10일 창간 33주년을 맞아 '시대의 길을 묻다'란 코너를 마련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대처하기 위한 석학들의 고언을 듣기 위해서다. 문승현 前 GIST 총장은 위드 코로나 전환, 탄소중립, 메타버스,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의 화두를 꺼내며 지론을 펼쳤다. 그는 2015년부터 4년 동안 제7대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을 역임하며 융합 인재 육성에 전념하고 GIST가 세계 초일류 이공계 대학으로 거듭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원로 학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1년 9개월째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이나 11월 초에 '위드 코로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로 바뀌어도 예전으로 100%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바이러스와 공존 방안은.

▲먼저 무등일보 창간 33주년을 축하한다. 세상의 변화가 빠른 만큼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무등일보가 어려운 시대에 지역의 나침반이 되기 바란다.

작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예상했던 것들 가운데 맞지 않았던 일들이 있다. 여름이 되면 더위로 코로나가 소멸될 수 있다는 것과 백신의 보편적 접종이 최소 수 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는 계절에 관계없이 확산됐고 1년이 지나면서 여러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

과학문명이 가져온 인류의 생태계 변화와 위협을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를 확인하고 있다. 대규모 감염병의 역사와 비교해 봐도 현재까지 인류는 잘 대처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공통된 견해는 4차 산업 혁명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 경제활동의 속도를 가속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속도로 변화시켰는가 하는 것을 보면 10년 후로 예상했던 온라인 활동이 1년 만에 도입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1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충격에 소외된 계층도 있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나 기업도 많다.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안심하고 생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최소한의 경제 사회활동을 위한 것이다. 우리 곁에 위험요소가 상존한다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개인 방역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백신 접종에 협조해야 하고 대중 교통시설, 공용 시설 같은 사회적 방역 또한 강화돼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의 전환에 따라 시민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비대면 교육이 강화되면서 교육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 현명한 교육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비대면 교육으로 교육성과가 떨어지고 사교육에 의한 교육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의 형식은 온라인으로 전환됐는데 교육 콘텐츠는 변하지 않고 있다.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 저소득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를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교육 강화, 무료 콘텐츠 제공으로 자율학습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교육이라는 개념이 학습이라는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온라인에 있는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무등일보가 창간 33주년을 맞아 지난 30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문승현 전 GIST 총장과 인터뷰를 갖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 전환, 탄소중립, 메타버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4차 산업 혁명 시대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상(VR)·증강(AR)현실에 이어 메타버스까지 디지털 기술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시대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는 근면을 자랑해왔다. 열심히 일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 것인데 이제는 우리가 가고 있는 일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나는 열심히 일했는데 왜 이런 결과를 받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다. 지식의 전달, 경제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알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변화의 하나다. 메타버스가 빙산의 일각이라면 수면 아래 가려져 있는 거대한 움직임도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이 만들어 낸 데이터, 데이터들이 만들어 내는 정보와 지식, 정보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기술, 사회현상, 경제활동, 이러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인식하게 하는 기술이다.

현실을 더 강한 현실로 느끼게 한다. 게임 뿐 아니라 교육, 의료, 경영, 제조, 예술 등 많은 활동이 메타버스의 세계로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그 저변에 있는 데이터과학, 인공지능, 통신기술 등의 탄탄한 기반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키즈'로 자란 MZ세대는 기성 세대와 많이 다르다. 결혼, 가족, 명예 등 이상적인 가치관 보다는 부동산, 주식, 암호 화폐에 더 관심이 높다. MZ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MZ세대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기성세대에게 말해야 겠다. 청년들을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로 몰아 낸 사람들이 누구일까. 좋은 일자리는 얻기 힘들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 치솟고, 연금은 고갈돼 노후 보장이 안 된다는데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생존을 위해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청년들에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신뢰 있는 정책을 펴지 못한 기성세대에게 먼저 책임이 있다.

그러나 기왕 이렇게 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잘못됐다고 하는 것 보다 경제와 재정에 대한 지식을 교육해야 한다. 투기가 아닌 건전한 재산형성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저축과 투자의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암호 화폐는 블록 체인기술의 하나다. 암호 화폐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암호 화폐의 미래가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가능하면 빨리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해 투기성 거래를 최소화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먼저 부동산, 주식, 암호 화폐 보다 더 넓은 경제의 세계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의 일자리와 지금의 일자리, 과거의 돈 버는 방법과 지금의 돈 버는 방법을 비교하면 급격히 변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제조업에서도 엄청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지식과 능력으로 변화하는 경제의 패러다임에 올라 탈 수 없다.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과거에 금융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정부나 은행, 투자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형태의 디지털 기술 발달로 개인들 역시 금융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다. 따라서 청년들은 금융을 더 공부하고 투자로서 금융을 젊어서부터 배우고 경험해 간다면 우리 세대보다 훨씬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광주시는 AI(인공지능), 전남도는 블루 이코노미를 대표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광주·전남이 서로 상생하며 발전을 꾀하고 대표 시책이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광주·전남은 농경사회에서 우리 경제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농수산은 전남이 지리적으로 우위에 있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농수산의 가치는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농수산물의 국제적 공급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농수산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바다와 섬은 더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에서도 가장 유리한 지역이 전남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지금보다 최소 수십 배의 시설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부지 활용의 효율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재생 에너지 생산시설도 단위 면적 당 생산할 수 있는 최대의 장비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너지 산업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전남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고 생산하고 설치하는 밸류 체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전남은 광역지자체 중 에너지 사용이 가장 많은 곳이다. 광양 여수는 철강, 정유, 석유·화학·산업등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감축해야 하는 대표적인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이다. 현재 사용 중인 화석 연료 기반에너지의 약 40%가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력과 수소로 대체돼야 한다. 탄소중립으로 전남은 역사상 가장 큰 도전과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광주로 이야기를 옮겨보겠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지역별 총생산에서 광주는 하위 3위권이다. 1인당 총생산으로 비교해도 비슷한 순위다. 물론 광역 지자체의 불리함이 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 영향도 크다. 지역의 총생산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적다는 뜻이다. 일자리와 인구는 상호작용을 하는 경제지표다. 일자리는 현 정부 초기의 최대 현안이었음에도 여전히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역은 나름대로 풀어가야 한다.

광주에 여러 산업단지가 세워지고 있다. 제가 지난 3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첨단산업단지도 변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단지도 계속 조성되고 있다. 좋은 모습이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아직 30% 정도 제조업이 일자리와 국가 총생산과 수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자칫 산업화를 쫓아가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변화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산업만이 미래에 생존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기반 산업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다. 광주가 인공지능 중심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산업사회를 뛰어 넘는 미래 산업을 먼저 끌어오겠다는 선언이다.

아쉬운 것은 아직도 인공지능을 선도할 세계적인 전문가나 집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산업융합 사업의 한 축인 국가인공지능연구원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여기에 전 세계의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작은 규모라도 지자체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산으로 인공지능연구원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교육에 나서야 한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디지털과 소프트웨어 기반의 논리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시민들의 변화와 인력 양성은 내부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광주는 다른 지역보다 강화된 디지털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학교 교육에서 타 지역보다 강화된 디지털 교육기반을 조성한다면 우리 지역 학생들의 진로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광주·전남 모두 탄소중립에 대한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시설에서 화석연료 기반의 기업, 에너지 사용밀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주의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모든 기업이 에너지 이용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공급에 대한 사전 점검을 해야 한다. 국가와 한전에만 의존할 수 없다. 탄소 중립은 지역의 문제고 개인과 기업의 문제다. 2030 감축 목표(NDC)는 불과 8년 후다.

2050 탄소 중립도 바로 우리 세대의 목표다. 탄소중립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국제질서다. 우리 내부의 변화 뿐 아니라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이 치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불과 몇 년 후에 닥칠 문제다. EU는 2026년부터 전력, 철강, 석유제품, 시멘트, 알루미늄 5개 종목의 수입에 탄소국경조정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음 정권의 최대 과제가 될텐데 아직 대선 후보들은 다가올 어려움을 말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개념이 아니라 숫자로 준비해야 한다.

-2015년 총장 취임사를 보면 초일류 이공계 대학 목표로 융합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융합 인재란 무엇이고 GIST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성과는 있었는지 궁금하다.

▲융합은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알아야 한다는 교육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융합은 한 분야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업을 통해 정해진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의 범위는 넓은 데 한 사람이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창의성은 바로 융합이라고 말했다. GIST에는 다산빌딩이라는 건물이 있다. 여기에 로봇, 에너지, 문화기술, 의생명 융합과정을 운영하는 융합기술원을 설립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융합하는 플랫폼을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융합인재는 교육, 연구, 개발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 인재상이다.

-내년 에너지특화 대학으로 한전공대가 개교를 앞두고 있는데 발전 방안에 대해 조언해 달라.

▲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학이다. 고유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가기를 바란다. 국내대학이나 세계 어느 대학과 경쟁하는 목표를 갖지 않기를 바란다. 기존의 대학평가기준 같은 목표는 한전공대의 발전 목표가 될 수 없다. 에너지 혁명이 일어나는 시기에 설립되었다. 에너지 산업의 변화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한전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너지 공대는 한전의 변화, 우리나라 탄소중립에 필요한 혁신기술에 몰두할 때 과학기술 중심대학으로 성장할 것이다. 지역사회도 한국에너지공대에 명문 대학이 돼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공대의 고유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언젠가 명문 대학이 돼 있을 것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잘 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잘 할 수 없다는 것은 일의 대원칙이다. 과감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권고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탄소중립의 결정적인 해결은 아마 지금 세상에 그 이름을 드러내지 못한 기술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핵심적인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에 도전하는 대학,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고의 에너지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이 목표가 돼야 한다. 설립과정에 정치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선도 대학이라는 시대적인 임무가 공유될 때 한국에너지공대는 비상할 것이다. 양기생기자 gingullov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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