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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재인 정권의 긍정적인 업적들

입력 2021.10.18. 14:15 수정 2021.10.19. 09:08
주현정 기자구독
서민의 開소리 단국대 교수

우수한 군인을 양성할 때 건장한 청년을 데려와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것처럼, 문재인 사관학교는 건강한 검사를 잘 훈련시켜 검증된 정치인으로 키운 것이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 선전하긴 했지만 4강에서 컷오프되고 말았는데, 이건 사관학교에서 훈련받은 기간이 짧은 탓일 뿐, 윤후보처럼 긴 기간 동안 다녔다면 훨씬 더 뚝심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했으리라.

"막상 정치판에 들어오면 얼마 안가서 밑천 다 드러날 걸?" 윤석열 후보가 총장직을 사임한뒤 정치입문을 준비중이던 시기, 그를 마땅치 않게 여기던 이들이 자주 했던 말이다. 이런말은 그가 국민의 힘에 입당한 뒤에도 계속돼, 토론 몇 번이면 나가 떨어진다 같은 억측들이 나돌곤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보수 지지자들은 불안했다. 이게 근거가 전혀 없는 게 아니어서다. 예컨대 한국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을 보자. 박근혜 탄핵으로 마땅한 보수후보가 없던 2016년 말, 세간에는 반기문 대망론이 퍼졌다. 그가 국제사회에서 익힌 겅륜으로 나라를 통치한다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지지율이 치솟자 반 총장은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음직하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대선행보를 시작하자마자 그에겐 숱한 공격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은 그가 한 행동들이 죄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꽃동네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의 일이다. 누워 계신 할머니에게 밥을 먹이면서 그는 할머니가 차야 할 턱받이를 자신이 찼다. 그게 논란이 되자 반 총장은 그게 턱받이가 아니라 앞치마였다고 우겼지만, 평소 안 하던 봉사를 한다고 지지율이 오를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세상을 너무 만만히 본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에 대한 공격이 다 적절한 것도 아니었다. 반 총장이 자신의 고향인 음성에 가서 부친의 묘를 참배할 때 벌어진 해프닝이 그랬다. 원래 퇴주잔의 술은 산소에 뿌려야 하건만, 반 총장이 그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뒤늦게 공개된 영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반 총장은 처음 받은 술을 산소 주변에 뿌렸다. 그가 마신 건, 절을 한 뒤 두 번째로 받은 술이었다. 애당초 이런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정상적이진 않은 것이, 산소에가면 진심을 다해 인사하고 오면 되는 것이지, 설령 예법이 조금 틀렸다 해도 그게 그리도 큰 문제인가? 하지만 이 일은 당시 필수시청 아이템이던 아홉시 뉴스에까지 보도되면서 반 총장에게 '뭘 잘모르는 불안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씌웠다. 이밖에도 자위대에 감사하다고 했다느니, 일본 황태자에게 90도로 인사했다느니, 견디기 힘든 융단폭격이 거의 매일같이 가해졌다. 그가 대선판에 뛰어든 근거였던 지지율마저 추락하자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결국 그는 대선을 석 달 앞둔 2017년 2웰 1일, 대권포기 선언을 한다. 그때 사람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정치판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2021년 6월, 윤석열 후보가 정치판에 뛰어들자 엄청난 공격이 들어왔다. 장모가 구속됐고, 부인에 대한 근거없는 의혹이 파일로 만들어져 시중에 나돌았다. 한 인사는 자신 소유 건물에 해당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벽화를 그리는 희대의 뻘짓을 하기도 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반 총장에게 그랬던 것처럼, 윤후보가 말을 할 때마다 '막말파문'이 일었다. 맥락을 고려해 보면 그 대부분은 문제될 게 없는 것들이지만, 반대 세력들은 이를 증폭시킴으로써 윤후보가 전혀 준비가 안된 것처럼 몰아갔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고공행진을 하던 지지율은 시나브로 떨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지율이 15% 이하가 되면 알아서 떨어져나간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선언 4개월이 지난 지금, 그가 반 총장처럼 대선레이스를 스스로 포기할 거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여전히 그는 보수 측의 강력한 대권후보로,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11월 5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왜 반기문은 안 되고 윤석열은 되는 것일까? 난 이게 문재인 사관학교 덕이라 생각한다.

조국네 가족을 수사하며 정권의 눈 밖에 난 2019년 8월 이후, 윤석열 후보의 삶은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법으로 보장된 2년의 임기가 가기 전에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현 정권은 검찰총장에게 갖은 모욕을 가했고, 그 가족들의 비리를 털었다. 그 선봉에 선 추미애 장관의 활약은 눈이 부시다, 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총장직에서 물러나기만 하면 일상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터였지만, 윤 후보는 현직에 머물며 그들과 싸웠다. 그런 윤석열을 보면서 국민들은 거의 포기했던 정권교체의 희망을 다시금 되살렸고, 그 기대에 부응해 윤후보는 정치판에 뛰어들어 선전 중이다. 그러니까 현 정권의 혹독한 탄압이 정치에 관심 없던 검사를 뚝심 있는 정치인으로 키워놨다는 얘기다. 난 이걸 문재인 사관학교라고 부르겠다. 우수한 군인을 양성할 때 건장한 청년을 데려와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것처럼, 문재인 사관학교는 건강한 검사를 잘 훈련시켜 검증된 정치인으로 키운 것이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 선전하긴 했지만 4강에서 컷오프되고 말았는데, 이건 사관학교에서 훈련받은 기간이 짧은 탓일 뿐, 윤후보처럼 긴 기간 동안 다녔다면 훨씬 더 뚝심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했으리라.

문재인 정권 치하에서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대체 이 정부의 업적이 뭐냐는 푸념도 제법 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찾아보면, 문재인 사관학교처럼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서 길러진 윤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다시 원래대로 올려놓는다면, 이것 역시 문정권의 업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난 문재인 사관학교 같은 게 정말로 만들어져, 괜찮은 정치인들을 길러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 말고도 문 정권의 업적은 많다. 이전 대통령들을 재평가하게 해준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받고 수감될 때만 해도 다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정권이 들어선 지 4년여가 지난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크게 줄었고, 오히려 '박근혜 때가 좋았지'라는 말이 훨씬 많이 들린다. 역시 감옥에 계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을 그리워한다고, 이명박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박한 소원을 빌어본다. 후대에 엄청난 대통령이 탄생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재평가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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