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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배추 출하 맞추려다 무름병 피해 입어

입력 2021.11.10. 15:19 수정 2021.11.10. 16:43
선정태 기자구독
배추 주산지 해남군 타격 적어 '다행'
소비자 요구 맞추려 적기보다 2주 빨라
높은 기온 이어지며 뿌리부터 썩어
매년 반복·증가 우려…해결책 '난망'
빨라진 김장 시기에 맞추기 위해 8월25일 전후로 심은 해남군의 배추밭에 무름병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해남 배추의 10% 정도가 무름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진은 피해 배추밭을둘러보고 있는 김애수 산이농협 조합장.

"배추 무름병이 심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전체 재배 면적의 10% 수준이어서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전국적인 배추 주산지인 해남에서 출하를 앞두고 평년보다 높은 온도가 이어지면서 배추 무름병이 확산돼 비상이 걸렸지만, 그 확산 범위가 넓지 않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빨라진 김장 시기에 맞춰 배추를 출하하려는 농가들이 늘면서 이 같은 피해는 매년 반복·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 피해 정도 심하지 않아 '다행'

지난 10일 해남군 산이면 부동리 135-13번지. 마을 주민의 배추 밭인 이 곳은 주변의 진한 녹색 카펫을 연상시키는 배추 밭과 달리 심각한 상태였다.

이 2천여 평의 배추 밭 상당 부분의 배추가 쓰러져 노랗게 말라버리거나 흐물거리는 상태다. 밭주인은 "기온이 높아 배추가 놓아버린 것"이라며 한숨 쉬었다.

이 곳과 맞은 편의 또 다른 배추 밭. 보기에는 잘 자라는 듯 보였지만, 배추를 뜯어보니 밑동은 썩어서 말라 있었다.

김애수 해남 산이농협 조합장은 병든 배추를 뜯어 보이며 "배추 정식 시기에 기온이 높아 뿌리부터 썩기 시작한 것"이라며 "해남에서도 배추밭이 가장 많은 산이면 배추에서 피해 정도가 다른 곳보다 더 많다"고 설명했다.

빨라진 김장 시기에 맞추기 위해 8월25일 전후로 심은 해남군의 배추밭에 무름병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해남 배추의 10% 정도가 무름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진은 무름평 비해를 입은 배추 상태.

배추는 흙 속에 물이 많은, 과습이 지속되다가 강하게 햇볕을 받게 되면 속이 물러지면서 썩는다. 강원도 고랭지, 충남 괴산과 함께 김장배추 주산지인 해남 지역 농민들이 배추를 심었던 8월 말부터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되면서 배추에 병충해가 발생해 피해가 발생한 것. 10월 중순 이후 기온이 낮아지면서 피해는 더 늘지 않았다.

무름병 발생 초기 '해남 배추의 30%가 피해를 봤다'고 입소문이 퍼졌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전남도와 농협에서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다행히 전체 재배 면적의 10% 수준에서 피해가 발생해 절임배추 수급에는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군다나 해남군의 올해 배추 재배 면적 4천752㏊ 중 김장에 쓰이는 가을배추 재배는 2천414㏊ 정도다. 가을배추 재배 면적의 10%인 200㏊ 정도가 무름병과 뿌리혹병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겨울배추 재배면적이 가을 배추 재배면적과 비슷한 2천388㏊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재배면적 중에는 5% 수준의 피해로 파악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3%, 평년보다 7% 줄었지만, 작황은 평년 수준이다. 무름병으로 생산량이 평년보다 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빨라진 김장 시기에 맞추기 위해 8월25일 전후로 심은 해남군의 배추밭에 무름병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해남 배추의 10% 정도가 무름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소비자 요구 맞추다 '타격'

하지만 재배 면적의 30~40%가 무름병 피해를 입는 농가들도 상당하다. 심한 곳은 50% 이상이 피해를 입어 '올 배추 농사로 빚만 늘었다'고 한숨 짓기도 한다.

조합원들과 함께 배추를 재배해 절임배추로 판매하는 해남녹색유통 공장을 운영하는 김민수 사장. 그와 조합원들은 해남군 문내면에 12만평의 밭에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재배 면적 중 3만~4만평 정도가 무름병 피해를 입었다.

김 사장은 "절임배추 판매를 시작했는데, 배추 수급이 안되고 있다"며 "김장 시기에 맞춰 제공해야 하는데, 배추 수급이 늦어지면서 농가도 공장도 모두 손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름병 피해를 입은 농가 대부분은 8월25일 전후에 심은 배추들이다. 해남군에서 권장하는 식재 시기인 9월5일보다 10일에서 2주 정도 빨리 심은 것이다. 해남배추는 70~90일 정도 키운 후 출하하는데, 김장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이 권장하는 시기에 배추를 심으면 제 때 출하하지 못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시기에 맞추기 위해 식재 시기를 앞당겼지만, 높은 온도 등 날씨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김 사장은 "시장이 큰 수도권 소비자들이 찾는 시기에 맞춰 출하하기 위해서는 빨리 심을 수 밖에 없다"며 "배추 속이 꽉차고 아삭한 식감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더 키워야 하지만 다른 지역 배추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출하가 늦어지면 판매 부진 등 피해 여파가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예전처럼 김장김치를 땅에 파묻지 않고 김치냉장고에 보관하기 때문에 김장 시기를 굳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할 필요가 없다"며 "요즘은 오히려 김장 시기가 빨라져 내년에도 같은 피해가 또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해남=박혁기자 md18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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