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명이 문재인 매운맛인 이유
입력 2021.11.14. 12:05 수정 2021.11.16. 09:08사회기반시설 조성은 민간업자가
기부채납 형식으로 해주는 게 당연한데,
이걸 가지고 이익환수라고 하는 게
옳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 보도에
이재명 캠프는 해당 기사 취재원도 고발
그런데 그 취재원은 당시 검사사칭 사건
1심 판사였던 바로 이충상 교수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인 남양주시에
대한 2020년 한해에만 11번의 감사
아무리 문대통령이라 해도 보복심 부문에서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성질을 많이 죽인 게 이 정도인데
막상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국 전 장관의 각종 비리가 언론에 오르내리던 2019년 8월, 그의 아내인 정경심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 자택과 학교에 있던 PC와 하드디스크를 은닉한다. 당시 이를 도운 이는 정경심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인데, 그는 이 행위로 인해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다. 이는 정경심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쳐, 1심에서 무죄였던 증거은닉 교사는 2심에서 유죄가 된다. 이후 김경록은 국민신문고에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강압에 의해 자백을 회유당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한다. 법무부가 이를 대검 감찰부에 이첩했으니, 당시 수사가 적법했는지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이에 질세라 서울고검 감찰부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관련된 사모펀드 운영사를 수사할 때 검찰이 편향되게 수사했다며 수사팀을 감찰한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면 뒤늦게라도 바로잡는 게 맞다. 문제는 이번 감찰이 정의의 회복이 아닌, 조국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조국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이 모조리 좌천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예컨대 고형곤 검사는 대구로 갔다가 포항으로 발령이 났고, 강백신 검사는 통영으로 갔으며, 그밖에 다른 검사들도 대구와 광주, 포항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게다가 대검 감찰반을 이끄는 한동수 부장은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이며, 고검 감찰을 지휘하는 이는 그 유명한 이성윤, 이번 감찰이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진 않은 이유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과는 무관할까?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년째 갇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문대통령이 보복심 하나만큼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크니 말이다.
그런데 문대통령이 어쩌면 역대 대통령 보복심 순위에서 2위로 밀려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와 치열하게 경합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보복심도 그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대장동 관련 의혹으로 언론이 도배되던 9월 24일, 조선일보는 '단군 이래 최대 5천503억 공익환수, 이재명 주장 따져보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는다. 사회기반시설 조성은 민간업자가 기부채납 형식으로 해주는 게 당연한데, 이걸 가지고 이익환수라고 하는 게 옳지 않다는 내용이다. 다른 언론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기사로 실었지만, 이재명 캠프에서는 해당 기사를 쓴 이를 고발한다. 이거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해당 기사에 취재원으로 의견을 낸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까지 고발한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교수는 무슨 말을 했을까? "(대장동에서 환수된 이익은) 도시 개발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로 사업 주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속한다. 이를 마치 이익으로 환수해 다시 투자했다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기망적 행태다." 내용을 보면 왜 이 교수를 고발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같은 말을 한 사람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자기 의견을 낸 이를 고발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인데다, 한현규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김헌동 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등 해당 기사에 의견을 낸 4명 중 오직 이 교수만 고발된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걸까? 과연 그랬다. 이 교수는 2002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그때 맡은 사건이 소위 검사사칭 사건, 2001년 이 후보는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취재하던 방송국 피디가 당시 성남시장인 김병량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검사를 사칭하는 것을 도왔다. 이 후보는 올 11월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사 사칭하는 피디 옆에서 검사 이름을 가르쳐 준 것"이라며 자신이 누명을 쓴 것처럼 말했지만, 이는 실제와 다르다. 이 후보는 통화를 엿들으며 질문을 종이에 적어주고, 작은 목소리로 보충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한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시장을 비방할 목적으로 통화 녹취록을 공개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도 기소됐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가 됐지만, 검사사칭은 그대로 인정돼 1심에서 벌금 250만원, 2심과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이 확정된다. 그런데 당시 1심 판사였던 분이 바로 이충상 교수, 이쯤되면 이재명 캠프가 왜 그를 콕 찍어 고발했는지 이해가 된다.
이재명 후보의 보복심은 같은 당 사람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코로나가 우리나라를 덮친 2020년 4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후보는 모든 경기도민에게 지역화폐로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각 시·군에 지시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지역화폐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는 불경죄를 저지르자 경기도는 특별교부금 지원대상에서 남양주시를 제외해 버렸다. 조 시장은 이에 반발했는데, 그러자 경기도는 인사 비리를 구실로 남양주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다. 비리가 있으면 감사하는 건 당연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공무원들이 눈코 뜰새 없었던 2020년 한 해 동안 11번이나 감사를 하는 건 지나치지 않을까? 조 시장이 감사를 거부하자 경기도는 작년 연말 그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뜻과 무관한 일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게 다가 아니다. 경기도는 남양주시가 먼저 시작한 하천. 계곡 정비사업을 자신들이 전국 최초로 한 것처럼 왜곡했는데, 여기에 불만을 가진 남양주시 공무원이 '남양주가 최초다'라는 반박 댓글을 달자 해당 직원을 특정한 뒤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댓글을 단 경위를 추궁하는 것은 물론 윗선을 대라고 겁박까지 했다는데, 조사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이 '옷만 벗기지 말아주세요'라고 했을 정도로 공포심을 느꼈다니, 아무리 문대통령이라 해도 보복심 부문에서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 성질을 많이 죽인 게 이 정도인데, 이 후보가 막상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때 있음직한 기사제목을 한번 상상해 본다. '정계은퇴 선언한 윤석열 전 대통령 후보, 비밀리에 미국행…측근들, 안 돌아온다 했다' '진중권 전 교수, 절필선언…당분간 정치 글 안써', '외유 떠난 서민 브라질에서 실종' 그래서 당부드린다. 투표 잘 합시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광주·전남 대표 정론지 무등일보는 영남일보(경상), 중부일보(경기), 충청투데이(충청)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신문사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연합 필진 기고를 게재합니다. 해당 기고는 무등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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