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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화정 아이파크, 요주의 현장이었다

입력 2022.01.12. 15:42 수정 2022.01.12. 15:54
주현정 기자구독
‘코 앞’ 금호하이빌 주민들 만나보니
침하·낙하·먼지·소음·진동 문제 집합소
3년간 민원 넣었지만 처분 뜨뜻미지근
“안전의식 부재 일상···또 예견된 인재
HDC 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던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의 붕괴 사고가 벌어졌던 지난해 6월9일, 이번에 외벽이 붕괴된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도 합판이 떨어지는 사고(붉은색 동그라미)가 발생했다. 사진은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포착된 사고 순간. 독자 제공

"평일, 휴일, 눈·비 상관없이 비산먼지, 소음, 진동은 일상이 된 지 오래고, 건축 자재물 낙하하며 일대 지반 침하에 누수, 균열 등은 월례 행사처럼 잦았다. 장기 집회 시위, 다자간 TF도 구성했지만 다 헛것이었다. '이러다 정말 큰 일 난다'며 입버릇 처럼 말했는데 결국 또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HDC 현대산업개발이 신축중이던 고층아파트 외벽이 붕괴돼 6명이 실종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현장 일대 주민들은 "터질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고가 난 201동과 직선거리로 불과 10m 남짓한 곳에 위치한 금호하이빌 입주민들은 "매일이 불안한 외줄타기였다"고 호소했다. 2019년 공사가 시작된 이후 줄곧 안전상의 위협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간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에는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비산먼지가 경계 펜스를 넘어 도로, 인근 상가 등으로 퍼져 나가거나 바람에 날린 시멘트 등이 주차된 차량이나 시설물에 떨어져 굳는 등의 피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거푸집에 쓰이는 합판이나 고정용 쇠막대가 상층부에서 추락하는 장면, 건물 내부에서도 뚜렷히 느껴지는 공사 관련 진동·소음 피해 등도 남아있다.

상가와 아파트 공사현장 사이 폭 8m 남짓의 도로 곳곳에 나타난 침하 현상, 1년 반 가까이 반복되고 있는 상가 지하 2층 주차장 누수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불안한 마음에 수 백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행정당국은 처분은 미비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50일 가까이 공사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시위 등 단체행동을 벌여 주민, 사업자, 구청 등 다자가 함께하는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화정동 아이파크 1·2블럭 사업승인이 난 2019년 4월 이후 최근까지 공사와 관련해 접수된 공식 주민민원은 32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제 행정처분은 14건에 그쳤다.

비산먼지와 소음 등은 물론 작업시간 미준수(1블럭 6번·2블럭 3건 등 총 9건)에 따른 불편이 가장 컸다.

관련법에 따라 소음이 심한 장비는 정해진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어겼다는 것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것이라는 방증이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대부분의 공사 현장이 쉬는 일요일까지 작업을 진행하거나 악천후에도 공사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HDC 현대산업개발 측의 각종 안전 관리 소홀이 이번 붕괴까지 이어졌다며 이는 예견된 인재라고 꼬집었다.

주민들의 이 같은 호소는 지난해 6월 무등일보의 '서구에도 안전 불감 공사판, 여기 시공사도 현산'(바로가기 //honam.co.kr/detail/c3QycN/649738) 보도를 통해서도 고발된 바 있다.

홍석선 금호하이빌문구도매상가 자치회장은 "학동 참사 현장보다도 더 심각한 안전불감증 현장은 바로 이곳이었다. '대책 없이는 여기도 곧 무너진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했는데 결국 또 다시 안전이 무너졌다. 다시는 이와 같은 개발도상국형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추후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붕괴현장과 바투 위치해 추가 사고 우려가 제기된 금호하이빌 입주 109세대 모두는 전날 행정당국의 조치에 따라 긴급 대피했다. 자정께 차단됐던 전력은 회복됐지만 안전사고를 대비해 당분간은 인근 모텔 등에서 생활하게 될 전망이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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