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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아파트 붕괴 당일 평균기온 4.4도 '뚝'... "양생 부족→갱폼 붕괴"

입력 2022.01.13. 16:18
송창헌 기자구독

기사내용 요약

전문가들, 진눈깨비 속 무리한 속도전 1차 요인 꼽아

덜 마른 콘크리트→갱폼 탈락→바닥 와르르 붕괴 추정

전문가 "생선가시 같은 철근, 콘크리트 강도 문제 방증"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2.01.12.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붕괴 사건은 속도전에 따른 콘크리트 양생(養生) 부족과 시스템 거푸집 붕괴가 1차 원인으로 압축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선 양생 문제점을 지적한다. 양생은 콘크리트 타설 후 완전히 굳을 때까지 경화작용이 충분히 발휘하도록 수분을 유지하고 얼지 않도록 햇빛이나 비바람 등으로부터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작업이다.

시멘트와 골재, 물, 혼화제로 구성된 콘크리트의 경우 온도유지가 매우 중요한데, 적정온도에 맞추기에 실패할 경우 콘크리트 경화가 늦어지거나 물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해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어서 특히 겨울철 콘크리트공사에서 얼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공정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고층아파트 공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미콘을 이용한 습식콘크리트 공사는 내부에 물이 얼지 않도록 고체연료, 절연기구, 열풍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관행화됐다.

대신 영하권 날씨에서는 온도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수 밖에 없어 동절기 공사는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은 여름철 공사에 비해 최소 2∼3배 길어지는 것이 통례다. 이를 어기고 무리한 속도전을 펼 경우 콘크리트가 덜 마르고 강도가 떨어져 추가 타설 시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붕괴 당일 광주지역 평균기온은 영하 1.6도, 낮 최고 3.0도로 전날보다 평균기온은 4.4도, 낮 최고는 6.7도나 떨어진 상태였다. 영하로 떨어진 건 지난 1일 이후 열흘 만에 처음이었다.

콘크리트 양성은 '도시'(온도와 시간)가 생명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 영하권 날씨에는 공사를 중단하거나 충분한 양생시간이 필요했음에도 공정 콘트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콘크리트 전문가는 13일 "콘크리트 내강을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한 수천도시가 필요한데 여름철엔 예를 들어 평균 기온이 30도면 24시간 후 720도시, 5일이면 3600도시에 다다르지만 겨울철엔 영상 2도로 24시간이 지나면 48도시, 열흘 지나봐야 480도시에 불과해 안전공사를 위해선 최소 20일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에서 근무했던 한 기술자는 "과거엔 겨울철이 되면 아예 한 달간 공사를 멈추는 경우가 허다했고, 콘크리트 양생을 위해 보통 21일이나 28일에 한 층씩 올렸고, 그래서 20층 아파트는 20개월, 30층 아파트는 30개월이 소요됐다"며 이번 사고를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방재전문가인 광주대 송창영 교수는 "겨울철에는 콘크리트 강도가 잘 안 나오는데 무리하게 타설하면 하중을 이기지 못한다. 공기 단축과 속도전에 따른 참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도 "겨울철 영하의 온도에 가뜩이나 강한 바람까지 부는 가운데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던 것 아닌가 싶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꼬집었다.

양생 부족이 결국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해당 공사장은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틀(갱폼)을 유압으로 끌어올리는 유압식 일체형 시스템 거푸집 사용했는데 양생 강도가 확보되지 않아 갱폼이나 시스템 거부집이 외벽에서 탈락하면서 바닥슬래브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붕괴 사고 직전 타워크레인 쪽에서 '펑'하는 소리가 난 뒤 바닥이 내려앉았다는 현장작업자 증언도 콘크리트 하중을 견디지 못한 시스템 거부집이 순간적으로 뽑히면서 난 소리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022.0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생선가시처럼 드러난 철근을 양생 부족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보는 주장도 나온다.

최명기 교수는 "무너져 내린 201동 23~38층 전층 슬래브에서 콘크리트는 밑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벽체에 들어간 철근은 모든 층에서 생선가시처럼 드러나 있다"며 "이는 접착제 역할을 해줘야할 콘크리트가 철근을 잡아주지 못해 흘러내리듯이 삐져나온 것으로, 결국 콘크리트 강도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사진을 육안으로 봤을 때 단단한 상태가 아닌 부슬부슬한 흙처럼 보였다"며 "이는 콘크리트 강도문제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대산업개발 측은 "201동 타설은 사고 발생일 기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기간을 거쳤다"고 주장했으나 전문가들은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며, 붕괴현장의 파괴 메카니즘을 보면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odchang@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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