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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한은 이창용호···후반기엔 통화정책 시험대

입력 2024.04.23. 06:00
남주현 기자구독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4.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이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부터 곧바로 6차례 금리 인상에 나서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에 발 빠른 대응으로 고군분투해 왔다.

대외적으로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글로벌 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아 한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내내적으로는 경제·금융 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저출산 등 거시적 담론에 해결책을 제시하며 국민과의 소통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기 후반기 주요 과제로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각자도생에 나선 가운데 한은의 금리 결정이 꼽힌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주요국 들의 금리 완화 움직임 속에서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에 내몰린 이창용 한은 총재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2022년 4월 21일 공식 취임해 취임 후반부를 맞이했다. 그는 취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곧바로 2번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비롯해 6차례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서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물가 불안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부와의 소통에 활발히 나선 점도 긍정적이다. 소통 강화 노력을 방증하는 것 중 하나는 이 총재가 도입한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다. 미 연준의 점도표 처럼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3개월 후 금리를 밝히는 K점도표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상황에서 시장 혼란을 더 키웠다는 시선도 있다.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해 1년 또는 그 이상으로 기간을 늘리려고 논의 중으로, 하반기부터 현재 반기별인 경제 전망을 분기별로 제시하기로 한 상태다.

절간처럼 조용하다는 의미에서 한은사라는 별칭에서 탈피해 사회 이슈에 적극 의견을 내놓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해 돌봄 인력 수입에 나서야 한다는 한은의 보고서는 국민들에게 공감받으면서도 노동계로부터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또한, 향후 AI(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최우선 대체 인력으로 의사와 변호사를 꼽은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와 저출산 극복을 위해 권역별 대도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화두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은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정책 당국과의 정책 공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전임 총재와는 다른 행보다.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등 금융·통화당국 수장들이 모여 주요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이른바 F4(Finance 4)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이 좋은 아이디어와 정책을 이야기하면 정부가 들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성 인재의 적극 발굴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이 총재는 재임 후 첫 인사였던 2022년 하반기 여성 승진자 비중 20.8%를 시작으로 4회 연속 20%를 넘는 잇는 인사를 냈다. 전임 이주열 총재 당시였던 2021년 하반기 여성 승진자 비중은 8.3%에 불과했다.

반면 적절치 않은 화법으로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4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당시 1370원대인 환율에 대해 "서학개미의 자산이 늘었기 때문에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라는 평가를 냈고, 이는 시장에서 시장 개입에 대한 한은의 의지가 없다는 해석으로 읽히며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며칠 후 원·달러는 중동 정세 악화와 맞물려 사상 4번째로 14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2월 부터 10차례 연속 동결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 총재 2년에 대한 외부 평가는 나쁘지 않다. 올해 1월에는 영국의 글로벌 금융 전문지 더뱅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올해의 중앙은행장'으로 선정됐다. 더뱅커는 글로벌 각국이 고물가와 저성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를 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의 주요 책무인 물가 관리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표한 '인플레이션 고착화' 정도에 따르면 글로벌 고소득 10개국 중 우리나라는 9위에 올라 다른 나라들에 비해 물가 상승 국면이 더 빨리 끝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신흥국 국가 중앙은행 총재로는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의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에 올라 한은의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CGFS 의장에겐 글로벌 금융위기 징후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남은 2년 임기의 주요 과제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 선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까지 밀려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와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 사이에서 한은의 금리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은 이미 각자도생에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6월부터 현재 연 4.5%인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달 이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이 총재가 IMF 재임 시절 아시아·태평양국에서 함께 근무했던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 국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연준을 너무 따라하면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국내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연준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책 결정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 역시 지난 4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을 준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혹은 뒤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며 국내 물가 지표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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